전례 없는 부귀와 풍요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 우울과 불안함은 현대인들과 한몸이다. 예전보다는 심리상담을 받거나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인법. 우리를 끝없이 괴롭게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이 묘한 감정의 근원인 ‘뇌’를 세세히 분석하고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며 안데르스 한센은 아주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생존과 번식 본능에 의한 느낌일 뿐이라고, 괴로워하는 게 인간적이고 당연한 것이며, 불안한 게 당연한 거라고.
건강한 뇌는 스트레스와 고통, 외로움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 오히려 뇌는 어떻게든 우리가 그런 일을 겪게 한다.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점은, 스트레스와 불안함을 느끼는 이 감정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고 내 뇌가 정상 작동 중이라는 하나의 증거라는 부분이었다. 양치기 소년처럼 시도 때도 없이울리면 당황스럽기야 하겠지만, 아홉 번의 거짓 경보 중 한 번이라도 맞는다면 생존에 효과적이라는 말은 한번도 스트레스를 이렇게 접근해 생각한 적 없는 내게 귀중한 가르침이었다.
아무리 심각한 고민을 해도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5분이면 꿈나라로 떠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나는 불안과 우울에 잠식돼 살지 않는다. 하지만 내 곁에는 불안함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지인이 여럿있다. 이들의 고통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한다거나 어떻게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지만 내 어줍잖은 말과 행동에 상처받을까 봐 시도조차 못 한 순간이 너무나 많다. 그런 사람에게 스윽, 건네고 싶은 책. 즉각적인 도움은 아닐지언정 그들의 뇌가 경보를 울릴 때 ‘이건 내 뇌가 건강하다는 뜻이야!’고 한 번이라도 스스로에게 되뇔 수 있다면 이건 성공적인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