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도서]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저/성귀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은 추리소설의 쌍벽을 이룬다. 특히 전혀 다른 두 주인공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소설은 흡사 짜고치는 고스톱 마냥 손발이 척척 맞는다. 청소년 시절에 읽을 때 홈스와 뤼팽의 대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에 대해 두 소설가가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성년이 된 지금에 와서 읽어보니 모리스 작가의 꼼수,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피에르 라피트 출판사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요즘 같으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표절에 준한...

 

전집 10권은 단편 38, 중편 1, 장편 17, 희곡 5편등 총 3만매에 달하는 원고가 위용을 과시한다. 삽화가 추가되어 사건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두꺼운 부피임에도 매 작품의 신선도는 결코 식상함이 없다.

 

다양한 작품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작가와 뤼팽의 오가는 대화가 감정이입되어 욕망의 중층구조를 접근하기 쉽게 알려준다. 나아가 작가는 정통작가라기보다는 인기 대중 소설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결과적으로 두 영웅의 혈전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마무리되고 서로 실력을 인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본다. 어찌보면 영국과 프랑스의 오래된 보이지 않는 싸움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마치 우리와 일본의 끈덕진 암투로 보면 이해가 쉽다. 차이점이라면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 두 영웅의 상대성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스의 파리 방문은 두 차례 이뤄지고 승승장구하던 뤼팽은 강력한 라이벌 홈스에 의해 실패를 맞본다. 금발의 여인 앙투아네트 브레아의 활약과 이를 밝히는 홈스의 추리를 다룬 푸른 다이아몬드와 빅토로 앵블발 남작 부인 쉬잔이 가정교사인 알리스 드묑을 시켜 유대식 램프를 훔치게 만드는 사건의 유대식 램프. 쉽게 승리할 것만 같던 뤼팽의 최대 맹점은 여인이 관련된 사건은 실패한다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순정을 바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그 역시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점. ‘괴도 신사 뤼팽이라 불리우는 이유다. 도둑이지만 의적 임꺽정 마냥 부자와 권세자만 턴다는 점, 그리고 신사도 정신을 발휘해 절대 살인은 금할뿐더러 약자인 여인에겐 한없는 약함을 보이고 자신의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보호하고자 한다. 이를 철저히 이용하는 게 홈스의 장점이지만 한편으론 너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뤼팽 캐릭터는 허당끼가 보인다.

 

한편,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가니마르는 뤼팽의 완벽한 작전 앞에 번번이 당하기만 하고 언제나 한 발 늦다. 심지어 뤼팽은 잡혀서조차 눈도 끔적하지 않고 탈출을 감행할 정도로 공권력을 우습게 안다.

 

작품 세계로 들어가보면 뤼팽의 체포 과정이 첫 등장한다. 영화 007시리즈에 등장하는 미녀처럼 이 작품에도 넬리 언더다운 양이 등장하고 그녀에 의해 위기를 벗어나는 뤼팽의 변신한 베르나르 당드레지의 체포 모습이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이어서 감옥에 갇힌 뤼팽의 활약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하다. 휴가 중인 가니마르로 변장해 순식간에 해치우는 모습은 짜릿함을 더해 뤼팽을 읽는 이유를 느끼게 한다. 사실 감옥은 명분쌓기일 뿐 결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기어이 탈출해 궐석재판을 치루는 장면은 통쾌하다. 보드뤼 데지레로 변신 탈출하는 뤼팽의 작전 앞에 가니마르는 또 한번 좌절을 맛본다. 그 뒤로 다양한 변신의 귀재 뤼팽의 모습은 6살 때 라울로 시작해 기욤 베를라, 플로리아니 경, 장 다스프리, 살바토르, 에르네스트, 막심 베르몽, 펠릭스 다베, 공작등 실로 다양하다.

 

세븐 하트사건을 계기로 뤼팽 전담 연대기 작가로 나서는 계기를 마련한 모리스는 왕비의 목걸이에서 나온 라울을 통해 이미 천재적인 도둑 가능성을 보여준 뤼팽의 어린 시절을 각색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유모 빅투아르의 등장은 낯설지 않다. 가정적으로 불행한 과거사를 타고난 뤼팽이기에 사회일원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유모의 양육으로 인해 세상 살아가는 처세술은 터득했을 것으로 본다.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버린 뤼팽,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가 괴도 신사 뤼팽으로 나타난 것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서고자 했지만 분명 한계는 있기 마련, 그럼으로 그가 선택한 건 영국의 홈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국민의적 뤼팽이 되고자 한 것이다.

 

아참, 특이한 것 중에 아르센 뤼팽, 4막극이다. 연극형식을 빌어 뤼팽의 활약을 다룬다. 뤼팽 애인 소냐와 유모 빅투아르가 등장하여 그동안 뤼팽이 살아온 과정을 더듬어준다.

 

이 책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 생각나 적어본다. 왓슨은 코난 도일 작품에서는 실제 종횡무진 활약상을 보여주지만 뤼팽에서는 지극히 나약한 존재로 등장한다. 부러지고 칼에 찔려 병원 신세지는 인물로만 선보여, 알고있던 캐릭터와 차이점이 드러난다. 뤼팽의 여성편력, 다시 말해 여성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과연 의리로 보아야 할지 허당으로 봐야할지 분간이 어렵다. 완벽주의자이지만 어느 순간에 무너져 도로 원위치 시키는 모습은 그럴 바엔 왜 도둑질을 했을까 하는 의문마져 든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원위치 시켰지만 과연 수고한 보람도 없이 그러고 싶었을까 싶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여인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변신의 귀재 뤼팽의 활약을 900페이지 가까운 책을 통해 지켜보면서 다소 아쉽다면 이미 어린 시절 읽어서 그런지 긴장감이나 짜릿한 감동이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다. 성귀수 작가의 심혈을 다한 점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객관적인 번역을 떠나 소설에서 느끼는 촌철살인의 심금을 적시는 반전은 폐부 깊숙이 와당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자들이 느낄 감동을 갉아 먹지는 않을 터, 10권 전부 그 감동을 이어갈 거로 확신해 마지않는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