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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소녀 린
`서커스`는 오늘날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시골 동네 장터에 시끌벅적 서커스단이 들어와서 구경하러 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서커스는 초등학교 입학전인 아이에게 아슬아슬하고 신기한 구경거리였고 걱정으로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주인공 서커스 소녀 린은 무거운 분위기조차도 가볍게 만들고 어둠을 희망으로 보며 그렇게 바꾸는 마술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서커스단은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공연합니다. 어느날 돌벽으로 둘러쌓인 푸르른 벌판과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 한참을 가야만이 도착할 수 있는 외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어느 곳에서처럼 탬버린, 피리, 종으로 시끄럽게 서커스단이 왔음을 알리고 린은 가볍게 음악에 따라 링 위를 올라가고 줄타기를 하며 사뿐사뿐 춤을 춥니다.
공손하게 절을 하며 마을 사람들을 보던 린은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얼굴 표정과 박수는 커녕 웃는 모습이 하나도 없음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 순간 군인들이 나타나 린을 에워싸며 이 마을에서 아이가 색깔이 있는 옷을 입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그것이 법이라고 합니다.
린은 검은색으로 옷을 바꿔 입었고 음악도 연주하지 않고 노래도 없이 봄날 아침에 피어난 난꽃처럼 싱그러운 서커스와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을사람들과 군인들이 환호하고 갈채를 보냈지만 린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린은 왕이 살고 있는 궁전으로 찾아갔고 아무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는 병사를 피해 사뿐히 담을 넘어 궁전에 들어갑니다. 열려 있는 어느 문으로 들어갔을 때 소녀와 비슷한 또래를 보았고 당신이 이 나라 왕인지 물어봅니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숨을 쉬는 지 조차 몰라 그럼 당신은 동상이냐고 묻습니다.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그 아이의 가정교사가 나타나 창 왕자는 어릴때부터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왕은 너무 슬픈 나머지 날마다 울고 계시며 아이들에게 검은색 옷만 입게 한다고 했습니다.
린은 창 왕자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부드럽게 유도하며 춤을 춥니다.
모두들 창 왕자는 장애가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인 왕조차도 말입니다. 린은 창 광자의 장애를 인정하지만 왕자님은 팔과 다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춤을 춥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왕자는 린에게 이끌리어 춤을 추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같이 공중으로 떨어지는 것도 합니다. 왕자의 춤추는 얼굴에 언뜻 미소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엄격한 왕은 침입자 린을 어떻게 했을까요?
왕은 창 왕자의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포기`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고 날마다 슬퍼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린은 할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하면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언뜻 보기에 창 왕자는 춤추는 것에 소질이 있는 듯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만능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서 지치고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단점이 두드러지는 아이는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아닐까요? 우리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습니다. 못 하는 것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못 하는 것을 덮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