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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도서]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저/김태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딩씨 마을의 꿈...재앙이 되어버린 황금콩

 

옌렌커는 자국내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작가이자 별종으로 불리운다. 흔히 말하는 사상이 불온한? 부류에 속하기도 한다. 그의 책은 판금조치를 받을만큼 당국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유가 궁금해진다. 지식인이 국내에서 홀대받는 현실에 비추어 그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명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에 의하면 금기를 범했고,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기 때문’(P.7)이다. 하지만 작가는 비상을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새의 울음소리’(P.7)로 표현한다.

 

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며,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자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P.7)임을 밝힌다. 그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 인류생존과 발전을 둘러싼 고난 극복, 선과 미를 추구하는 영혼의 교육, 욕망의 꺼지지 않는 빛’(P.7)이다.

 

작가는 성경의 창세기 꿈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실 명확하진 않다. 딩씨 가족은 딩씨 마을의 핵심이다. 그 가운데 나(샤오창)는 독이든 토마토를 먹고 죽었으나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할아버지 딩수이양이 주인공이다. 글깨나 읽은 사람으로 딩선생님으로 불리우며 학교에서 종치는 일을 하는 수위이자 담임 부재시 대신하는 선생이며, 학교관리인이다. 그의 아들이 장남인 딩후이와 차남인 딩량이다. 이야기는 이들과 관련된 내용이다. 위화 원작의 영화 허삼관 매혈기에서 나오는 그 매혈로 인해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이야기다. 그 중심에 두 아들이 서 있다. 특히 딩후이에 의해 자행된 매혈, 매집은 급기야 열병의 확산과 더불어 원죄가 되어 이야기 내내 딩수이양은 개두를 외친다. 한 마디로 마을 사람들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해야한다는 논지.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이 정책이 결과적으로 마을의 부를 이루었고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소위 근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 이에 앞장선 딩후이는 승승장구, 당의 요직을 맡아 권력과 돈방석에 올라앉지만 마을 사람들은 죽어간다. 피폐된 마을은 죽음과 친구가 되다시피 한다. 초대 촌장인 리싼런이 매혈반대로 당에서 쫓겨나 딩수이양이 그 자리를 이어간다. 존경받던 딩선생이 주도한 매혈운동에 영악한 딩후이가 이익을 본 것. 특유의 교활함과 장삿속이 합쳐져 다른 누구보다 매집에 앞장서고 이문을 많이 남긴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장삿속에 놀아나 필요이상의 수혈을 하게되고 급기야 열병인 에이즈에 걸리는 비운을 맞이한다. ‘죽음은 매일 모든 집의 문 앞을 서성거렸다’(P.31). 죽음의 병에 걸려 서서히 시체놀이를 하는 동안 딩후이는 점점 부를 축적해가고, 이어서 정부로부터 제공되는 무상 에도 손을 대어 생생내며 팔아먹는 수완을 발휘한다. 심지어 죽은 이들을 위한 영혼결혼식을 통해서도 치부를 쌓아간다. 그러나 상식적으론 이해불능의 중국사회를 보는 느낌이다. 교육국장 가오는 매혈을 독려하는 혈장 경제의 첨병이자 당의 대변인으로 나온다. 당의 묵인하에 자행되는 딩후이의 행태는 판금조치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요인이 아닐까 한다. 당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이야기에 반길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과 결탁하여 벌리는 딩후이의 당당한 이문 챙기기는 오늘의 중국 권력에 누가 되기 마련이다. 어떻든 이로 인해 딩수이양은 을 통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도덕적인 명예에 목숨을 건 그의 인생철학은 - ‘모름지기 사람은 평판이 나빠져서는 안되는 거’(P.139) - 자식들이 걸림돌이 되어 마침내 씻지 못할 심판관이 되어버린다. 성경에서 나오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벌어진다. 존속살인이란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집착하는 딩수이양의 행동은 올바른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단지 자신이 해결하고픈 나머지 신의 손이 되어 심판관 행세를 한다.

 

한편, 8부작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리싼런의 뒤를 이은 딩수이양은 아들 딩후이의 작태로 인해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울며 겨자 먹기로 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어서 등장한 딩수이양의 조카인 딩유에진과 쟈껀주의 2인 체제는 마을을 더욱 황폐화시킨다. 실질적인 권력자가 되지 못한 찻잔 속의 태풍인 이들은 막후 실세인 딩후이에 막혀 사사건건 걸림돌이 된다. 정부로부터 나오는 그 어떤 것도 누리지 못한 채 부스러기 정도의 생색내기용 이문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소유의 모든 부속물을 관인 - 유난히 관인에 목숨을 거는 중국인의 모습이 리싼런을 비롯 다양하게 등장한다 - 하나로 마을 사람들에게 분배하지만 이 역시 딩후이에 대한 분풀이 성격일 뿐, 근본적인 에이즈 대안은 아니다. 또한 마을의 모든 나무 벌목 역시 관인으로 생색내지만 내 아들 딩후이는 절대 곱게 죽어서는 안된다’(P.339)는 딩수이양의 바램을 촉구하는 압박용일 따름이다. 죽어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학교에서 집단생활하는 에피소드가 큰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딩량의 사랑과 결혼은 애절함을 불러온다. 금기시되는 인척간의 결혼을 에이즈를 통해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 역시 당의 눈엣가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장면이다. 영혼결혼식 역시 당의 적극적인 비호하에 벌어지지만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지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판금조치를 당한 딩씨 마을의 꿈은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부정부패의 실상과 함께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여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딩후이의 매집시 저울 속이는 장면이나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각자 가져온 양식 주머지 속에 든 벽돌이나 기와는 헛웃음이 절로난다. 작은 부패와 큰부패, 만연한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는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치부를 드러낸 장면이기에 껄끄럽기 그지없었을 터, 이로 인한 판금조치는 어쩌면 당으로선 당연히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카드이지 않았을까. 아직은 중국인의 의식 선진화가 멀었다는 인식과 궤를 함께한다.

 

딩씨 마을의 꿈인 황금콩은 재앙의 씨앗이 되어 비극적인 막을 내린다. 내용은 길지만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진정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오늘의 중국 현실과 결부되어 이 단지 꿈으로 그쳐 일장춘몽 내지 인생 허무함으로 묻어난 작가의 간절한 열망이 전해져온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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