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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영화] 시동

개봉일 : 2019년 12월

최정열

한국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19제작 / 20191218 개봉

출연 : 마동석,박정민,정해인,염정아,최성은

내용 평점 4점

 

809. 시동...부르릉, 인생의 시동을 걸자. 당신의 인생은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배우 마동석, 근육질, 주먹, 그리고 떠오르는 게 있다면? 코믹? 인상파? 그동안 익히 스크린에서 접한 이 배우의 캐릭터다. 육중한 몸매로 거친 사내의 한 방을 날리는 그런 성격으로 알고 있다. 배우 박정민은 어떤가? 역시 영화 동주의 고뇌하는 지식인, 그리고 양아치. 극과 극의 성격을 보여주는 젊은 패기의 배우다. 실패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그런 류의...

 

이제 두 배우의 조합이 어떻게 어울려 영화를 풀어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좌충우돌, 자칫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데, 괜히 엄마의 잔소리와 참견, 그리고 엄마 고생하는 모습이 못내 짜증이 난다. 그러므로 맘에도 없는 행동과 말로 엄마의 속을 뒤집어 놓는 반항아, 사춘기의 틀을 벗지 못한 미성숙 아이의 전형을 보인다.

 

그럼, 엄마는 어떤가? 전직 배구 선수 출신으로 지지리 궁상맞게 생활을 꾸려간다. 흔히 말하는 맹모삼천지교의 전형이자,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 자식이 말을 안 들으면 곱게 훈계하진 않는다. 혹독한 방법, 장풍 손찌검을 날린다. 배구 선수였으니 그 파괴력이 어떠했을까. 상상에 맡긴다. 영화에선 이를 과장해 보여준다. 한 마디로 위력이 있단 얘기. 그 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 아들 때문에 속앓이가 심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풍을 날리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전직 조폭 두목 출신의 주방장 거석이형. 이름도 참으로 그럴듯하다. 언 듯 보기에는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한 마디로 파괴력이 장난 아니다. 장풍반점을 날려 버릴 공포의 따귀, 주먹이었다면 아마도? 상상에 맡겨야 할 대목이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단순 구조에 파리가 끓는 방식을 취한다. 놀던 물?이 맑지 않았으니 구더기가 뀌는 건 명약관화. 그렇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하류 인생, 어찌보면 인생 막가파들로 구성된 허접 삶을 다루는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고택일(박정민) 말에 의하면 공부를 하기 싫어 자퇴했는데억척 엄마(염정아)는 학원에 다니란다. 그러니 둘이 동상이몽. 하루라도 빨리 사회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들을 보면서 무어라도 갖춰서 내보내고 싶은 부모 마음이야 십분이해. 단지, 그 아들은 이해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굳이 전형적인 방법만이 유일한 길인지 의뭉스럽기도 하고, 엄마의 강압적 태도가 감동스럽지도 않다. 엄마도 먹고 살기 팍팍한 마당에 다큰 아들 뒷바라지라니. 그러니 열혈 청년인 아들 입장에서야 답답할 노릇. 그러니 자연 충돌이 많아질 수 밖에. 그러니 밖을 배회할 수 밖에. 그 넘의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 헬리콥터맘 흉내내는 엄마의 간섭에 스트레스 제대로 받아, 결국 선택한 게 만원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 만원으로 갈 때까지 간 곳이 군산. 서울에서 참으로 멀리도 갔다. 그곳에 내리자마자 마주친 그녀. 만만치 않은 포스. 누가 보면 고택일 뺨치는 용모에 선글라스까지. 용호상박이다. 만나자마자 불꽃 튀는 대결. 깨끗하게 당한 택일. 상대를 얕잡아 본 탓이다. 어떻든 그녀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타지에서 만난 둘, 어찌보면 아주 그럴듯한 그림이 나올 법도 하다. 둘다 범생 포스는 아니니까. 반항기 가득한 또래였으니 불꽃 튈 수 밖에.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하며 대면식을 치룬다.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과 고택일의 만남. 그림이 닮은 꼴이다. 차이점이라면 상대를 볼 줄 안다는 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룬, 거석에 비해 사회 초년생인 햇병아리. 이제 막 부화하여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 그래도 혈기만큼은 장비급. 계란으로 바위 치기 전형을 맞이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든다. 결과는 역시 장풍 세례를 받아 날아간다. 그렇게 거창한 신고식을 치룬 택일. 엄마로부터 벗어나 자신만만하게 가출했지만 돌아온 건 주먹세례. 그러니 앞날은 순탄지 않을 듯. 사사건건 부딪치는 두 사람. 한 사람은 아기 다루듯이 가지고 논다. 반면 택일은 기회만 엿보지만 제대로 카운터 한 번 날리지 못한다. 심지어 자고 있어도 건들지 못한다. 눈뜨고 잘 정도로 감시의 눈이 번뜩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중국집에서 하는 일이란 게 무얼까. 당연, 배달과 숙식 제공, 수금 에피소드다. 배달사고로 월급에서 공제하는가 하면, 숙식 제공에 현혹되어 중국집 알바를 뛰어보지만 만만치 않다. 계단 꼭대기까지 헐레벌떡 뛰어올라가니 웬걸 악연의 소경주(최성은)가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홀에서 먹는 음식값만 지불하면서. 속터질 노릇. 그러나 착한 캐릭터인 택일. 그대로 자기 월급에서 공제하고 자선을 베푼다.

 

한편, 택일의 단짝 우상필(정해인). 홀어머니도 아닌 외할머니와 산다. 그것도 밤 까는 일로 소일하는 치매노인이다. 속 터지기로 말하면 택일 저리가라다. 택일처럼 어디로 훌쩍 떠날 수도 없다. 자신이 보호자라고 생각하니까. 한 마디로 애늙은이다. 돈을 벌어 할머니를 보살피겠다는 효심?에서 비롯된 취직. 아뿔싸 사회 신출내기인 상필에게 세상은 어떻게 비춰질까. 친한 형 동화(윤경호) 소개로 파이낸셜에 들어간다. 금융이라 알고있는 아주 순진한? 상필. 택일보다 더 순진하다. 오히려 택일이 더 잘 안다. 사채라는 사실을. 그리고 둘은 이 일로 이전투구를 벌인다. 본의 아니게. 그렇다. 세상은 어디 한 곳이라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동료가 언제든지 비수를 겨누는 원수나 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웹툰의 인기를 업고 제작된 관객 330만을 동원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거석이형의 반전은 그리 찾아내는 데 어렵지 않았다. 코믹성으로 접근했지만, 결코 코믹스러울 수 없는 출신의 반전 캐릭터. 현실에서도 전향한 조폭이 은둔해 살아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음을 영화에서는 보여준다. 어떻든 조직의 쓴맛을 제대로 보면서도 끝내 이리굴을 벗어나 시동을 제대로 건 캐릭터다. 어찌보면 택일이든 상필에게 있어서 거석이형과 동화형의 모습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그러나 결코 우상일 수는 없다. 그들 역시 조직의 쓴맛을 오롯이 본 연후에야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이제 영화를 보는 공통분모를 챙겨보자. 장풍으로 길들인 택일, 상필, 배구만(김경덕), 소경주. 그들이 과연 그곳에 순응할까. 결코 아니다. 폭력은 일시적인 멈춤 정도의 효과를 가져다 줄 뿐.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아니 될 수가 없다. 엄마는 엄마방식으로, 거석이형은 그의 방식으로 했을 뿐, 소위 당하는 택일, 상필등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맞았다고 반성한다거나 동조하지 않는다. 그만큼 폭력은 이들을 견인해 낼 수 없단 얘기. 그보단, 사랑, 우정, 그리고 혈육 간의 진한 모성애에 스르르 녹아날 뿐이다.

 

그러므로 조폭의 등장이나 사채업자의 폭력성등은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매춘, 미성년자 성매매, 조직폭력 간의 알력, 사채업의 일상, 그리고 주먹과 칼부림, 파괴적 행위는 택일과 상필이 맞이할 옵션에 불과하다. 이런 세상으로 가는 순간 기다리고 있을 수순이다.

 

그러므로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 길로 가지 말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결정타는 물론 거석이형의 주방장 자리로 돌아오기 액션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소굴로 들어가 깡으로 목숨걸고 찾은 자리다. 이런 면에선 상필과 동화 역시 응분의 댓가를 치루고 벗어나 시동을 건다. 맛배기 경험 치고는 아주 혹독했으니까.

 

영화가 주는 교훈은 이렇다. 사는 방식은 강요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엄마의 선택도, 거석이형의 선택도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각자의 길이 있기에 그 길을 개척하든가 순응하든가. 맡겨진 운명 앞에 스스로 걸어가는, 거석이형이 말했듯, 자신이 싼 건 자신이 닦아야 한다는 논리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피터팬 증후군 마냥 필요하면 응애하고 여차하면 어른 대우해달라고 응석부리는 것으론 어떤 누구도, 세상도 용납하지 않음을 온몸으로 익힌 거석이형의 체험에서 나온 말이기에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의 반전이다.

 

다만, 기억할 건 재산을 다 날리고도 즐거워하는 엄마의 돌아온 탕자, 아들을 찾은 기쁨에 어디든 가다 보면 나오겠지란 희망으로 아들의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엄마의 한발 양보도 뜻깊게 다가온다.

 

사회 밑바닥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살짝살짝 터치한 감독의 의도는 자명하다. 이 바닥도 살만하니 해봐라...이런 얘기가 아닌 가능하면 평범한 남들이 다 가는 그길로 가는 게 쉽지 않을까 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어렵게, 혹은 쉽게 보여도 일장일단이 있다는 사실과 마지막 장면의 소경주가 교복을 입은 모습이 궁극적으로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감동보다는 웃으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괜찮은 영화다. 폭력을 미화한 부분도 없지않아 있지만 이는 그저 달을 가리키는 데 손끝이 보였을 뿐이란 얘기. 결코 주 목적이 아니기에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버려두자. 그리고 찾자. 제대로 시동 걸고...Start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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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놓쳤는데 나중 볼 각 ^^

    2020.02.09 19:5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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