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미스터 주 : 사라진 VIP...동물과 공조수사, 찰떡궁합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쾌거로 한껏 달아오는 영화계. 그런 가운데 개봉된 이색적인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김태윤 감독의 동물 영화에 인간이 출연한 작품이다. 흥행은 차치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괜찮은 영화. 다만, 아쉬운 건 너무 전형적이다보니 요즘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신선함이 없는, 그래서 아마 흥행 성적은 저조했던 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리뷰가 있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어서 다른 각도에서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 동물과의 연대를 다룬 영화를 보면 CG, 컴퓨터 그래픽으로 일관하는 게 다반사. 그러나 이 영화는 독일산 셰퍼드와 인간의 교감을 통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다소 오버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되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도 간다. 지금까지 인간을 위해 희생양이 되거나 기꺼이 희생을 치룬 동물들에 대한 평가에 국한된 이야기여서 반전은 그야말로 의아할 수도 있다.
어떻든 코믹 요소가 강해 가족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이지만 좀더 주제를 확실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다양한 동물들의 등장과 함께 배우들의 목소리 대역은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국가정보원 엘리트 요원인 주태주(이성민)는 그야말로 일과 함께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가족도 팽겨칠? 정도로 일에 대한 근성이 강하다. 아이러니하지만 진급은 별개로. 어떻든 사랑하는 딸 서연(갈소원)과 떨어져 살 정도로 일에 파묻혀 산다. 한편, 그에겐 어두운 구석도 자리한다. 바로 아내가 동물 치료에 매달리다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극도의 동물 혐오증을 앓고 있다. 딸과도 놀아주지 않는 그가 더더욱 미운털이 박힐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서연은 이런 아빠를 ‘미스터 주’라고 부른다.
이런 그에게 중국과의 친선 외교의 일환으로 찾아온 북극곰 판다. 특사인 판다 경호 책임자로 지원한다. 개인적인 동물 기피 성향조차도 그에겐 일에 관한 한 철저히 프로 근성으로 전환된다.
영화는 그가 경호 책임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특사 판다의 행불과 이를 찾기 위한 동물 합동 작전이 주된 이야기다. 그 전에 태주는 판다가 납치당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당하고 심지어 교통사고까지 당하는 가운데 빙의가 되어 동물들의 대화를 알아듣게 된다.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영화의 시작은 좋았다. 여기까진.
그러나 이제부터 벌어지는 다양한 동물들과의 대화와 판다 밍밍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마주하는 동물 면면히 주고받는 대화가 영 신통치 않다. 어쩌면 동물과 대화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과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전형적이고 판에 박힌 스토리다.
심지어 출연 배우들의 목소리 대역에서 오는 거부감은 식상함 내지 오글거림 그 자체다. 여기서 관객들이 떨어져 나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떻든 주관적인 의견은 배제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면 군견 알리(신하균)와의 찰떡 호흡과 알리의 연기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평범하다. 아니 그 정도로 편안하게 다가왔다는 표현이 맞다.
군견 알리의 허세와 사내들의 군대 이야기는 너무도 닮았다. 이를 적용했으니 식상하단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하다.
전체적으로 동물들과의 연대감은 아이들의 눈으로 본다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성인 대상으론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평가도 마찬가지.
동물과의 연대감을 통한 감동을 호소하지만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아참, 만식(배정남)의 등장은 우리 정서완 이질적인 요소를 자아낸다. 서구식 코미디가 막상 우리에게 접목되자 다들 껄끄러운 분위기다. 톱 모델 출신의 배정남이 코믹스럽게 연기를 하지만 무언가 애쓰는 것치곤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다. 능청스런 연기는 인정해줘야겠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민국장(김서형)의 활약은 카리스마완 별개로 허당끼 다분한 상관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주태주를 향한 지도력은 도마에 오른다. 전체적으로 코믹과 액션이 가미된 동물 활약상이 중심이 된 판다 구출 작전이지만 섬세한 연출이 요구된다. 괴한들의 판다 납치 작전도 어설프고, 태주와 만식의 활약도 물과 기름 마냥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오히려 군견 알리가 더 듬직하게 다가온다. 물론 그런 의도의 영화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만식을 끌어들인 의도는 어디에 있는지 해명이 필요하다.
영화는 소품부터 출연 배우들 면면히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명쾌한 해석이 없는 의아함이 결과적으로 작품을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에.
평점이 다소 낮지만 60만 관객이 선택한 이 영화, 한편으론 웃고 즐기며 넘어가기엔 무난하다. 감동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모처럼 동물들의 등장과 인간의 형상과 같은 모습의 동물 세계에 홀로 던져진 인간 주태주의 고군분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혼자 놀기도 어려운 영화를 배우 이성민은 소화했으니까. 그만의 관록과 연기력으로. 그런 그에게 기꺼이 공감하며, 애쓴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 영화가 사장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