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로봇...주체성을 키우자
엄마의 잔소리 노트가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멍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지민이를 만나게 됩니다. 거기엔 하루 동안 시간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노트에 있는 대로 잘 지내면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런 지민이는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숙제도 엄마의 도움이 없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장래희망도 엄마의 도움을 받아 엄마가 원하는 공무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도움을 받아 ‘토론왕’으로 뽑히기도 합니다.
한편, 짝꿍인 한율이는 지민이와 반대입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만 궁금한 것도 많고 장래희망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미술 시간에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친구들에게 개인기를 보여주며 물감을 얻어 짝꿍인 지민이와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은근히 한율이를 무시하던 지민이는 엄마 의존적인 자신을 비난하는 한율이와 다투게 됩니다.
그러나 체험학습을 하던 도중 자신의 실수를 감싸주는 한율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한율이를 찾다가 나무 위에서 목놓아 울고 있는 아기슴새를 발견합니다. 어미슴새는 아기새를 무척 사랑해서 자기가 먹을 것까지 먹인 후 부화되고 60일이 지나면 과감하게 아기새 곁을 떠난다고 합니다. 아기새를 불쌍히 바라보는 지민이를 보며 아저씨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모든 건 직접 부딪혀 배워야 하는 거란다. 이제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그건 아기새를 위한 일이 아니야. 그럼 저 아기새는 영영 어른이 되지 못할 테니까. 언제까지나 남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 없겠지.”
“어미 새가 주는 먹이를 먹고 포동포동 살쪘던 아기새는 며칠 쫄쫄 굶으면서 몸이 아주 날렵해지고 가벼워졌을 거야. 그리고 더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날개를 펴고 직접 먹이를 구하러 날게 된단다.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거지.”
“반드시 날 수 있어. 그렇지만 스스로 도전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날 수 없단다. 자기가 얼마나 높이, 그리고 잘 날아오를 수 있는지 말이야.”
농장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지민이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과연 지민이는 엄마의 잔소리 노트 없이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요즘 아이들을 대하며, 엄마는 보이지 않아도 원격조정을 하는 로봇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독서 토론 수업하면서 생각을 물어보면 “몰라요” 혹은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요” 등등.
자신의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몸과 마음이 같이 자라지 않을까요?
자녀가 한, 둘이다 보니 기다리지 못하고 챙겨주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흔히 헬리콥터맘(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녀의 일, 특히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엄마)이란 소리를 들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어미슴새가 되어 좀 서툴더라도 정답이 아니더라도 기다려 주고 같이 행복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초등고학년쯤 되면 부모님들이 가장 원하시는 건 바로 자기 주도 학습이겠지요? 이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슴새는 어른에게도 많은 교훈을 남깁니다.
이제는 엄마의 잔소리 노트를 뒤로하고 자기 스스로 하루에 무엇을 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노트에 적고 실천하며 하나씩 체크해 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는 저절로 흐뭇해하겠지요.
김아로미 작가의 주체성 키우기 프로젝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