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지와 빵집 주인...향기로운 냄새는 값을 치러야 할까요.
로빈 자네스 기자가 쓴 그림 동화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짐바브웨 출신의 코키 폴의 그림과 어울려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네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솔로몬이나 포청천이 생각납니다. 은근한 재미와 교훈을 주는 그림책이며 무릎을 칠 정도로 깊은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유치원부터 초등 1, 2학년까지 읽기에 좋고 토론과 재판도 해볼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샌지는 후라치아라는 도시에 도착하여 작은 방을 찾아 머뭅니다. 그 방 아래층에는 빵집이 있어서 아침마다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느 날 빵을 사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간 샌지는 빵 냄새가 너무 좋아 날마다 빵 냄새를 맡는다는 말을 합니다. 빵집 주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욕심이 생겨서 샌지에게 빵 냄새 값을 내라고 합니다. 샌지는 냄새 값을 낼 수 없다고 하자 빵집 주인은 고소합니다.
재판관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후 샌지에게 다음날 은닢 다섯 냥을 가지고 다시 오라고 합니다. 샌지는 시무룩하게 힘없는 발걸음을 내딛고 빵집 주인은 신이 납니다.
다음날 샌지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재판소로 들어가며 이 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샌지의 걱정을 뒤로하고 재판이 시작됩니다. 재판관은 놋쇠 그릇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샌지에게 은닢을 한 냥씩 다섯 냥을 모두 던지라고 합니다. 빵집 주인에게는 귀 기울여 잘 들으라고 합니다.
과연 재판관은 어떤 재판을 할까요?
“짤랑”하고 동전이 그릇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이어서
“딸랑”, “딸그락”, “땡그랑”, “떨그덕” 하며 모두 들어갔습니다.
재판관이 빵집 주인에게 묻습니다.
“떨그럭, 땡그랑 하는 동전 소리를 들었느냐?”
“그럼요. 분명히 들었습니다.” 빵집 주인이 큰 소리로 말했지요.
“그럼, 됐다.” 재판관이 말했어요. “그 소리를 들은 것이 네가 받은 값이니라.”
그리고 재판관은 샌지에게 은닢을 돌려주었어요.
동화의 핵심은 역시 끝없는 인간의 욕심과 지혜로운 재판관 이야기입니다. 세상엔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욕심을 내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꼭 생각해 봐야할 촌철살인의 짧은 이야기.
어떠세요. 현명한 재판관의 판단에 동의하시나요. 빵집 주인의 욕심어린 표정이 그려지고, 그 앞에서 샌지의 당당한 모습이 느껴지시나요. 세상은 욕심만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냄새로 인해 피해를 끼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것도 역시 논제로 세워 이야기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