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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

개봉일 : 2020년 01월

우민호

한국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19제작 / 20200122 개봉

출연 : 이병헌,이성민,곽도원,이희준,김소진

내용 평점 4점

 

816. 남산의 부장들...대의멸친(大義滅親)을 저버리고 각자도생을 꿈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 순간마다 독재정권이 이 땅 민초들을 인질로 삼아 갖은 제스처를 취하며 때로는 당근으로, 때로는 폭압과 무자비한 권력으로 짓눌러 숨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특히 보릿고개를 거치면서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의멸친(大義滅親)을 외치며 군사정권을 태동시킨 박정희 쿠데타 정권, 분명 그들은 그럴듯한 명분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그들 초심은 어디로 향했나. 권력의 단맛을 본 그들은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결국 자기 무덤을 팔 수 밖에 없었으니...

 

1979.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김충식 작가의 원작 남산의 부장들을 배경으로 하여 10.26이 벌어지기 40일 전부터 당일까지의 내용이다. 크게 두 줄기, 망명한 김형욱(박용각, 곽도원) 전 중앙정보부장의 행불 사건과 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김규평, 이병헌)의 박통 암살까지 경호실장 차지철(곽상천, 이희준)과의 불화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박통의 고향 후배이자 2인자의 자리까지 오른 김재규, 그가 벌인 총성은 유신 독재를 향한 종식이자 또다른 쿠데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민주주의가 또 한 걸음 퇴보하는 결과를 빚어낸 역사적 현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씁쓸하다.

 

결과적으로 이전투구 끝에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니, 자연스럽게 어부지리전두환(전두혁, 서현우)이 정권을 잡는 기회만 제공한다. 무주공산인 권좌를 너무도 쉽게 찬탈한 전두환. 그가 어떻게 역사의 무대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지도 이 영화는 슬쩍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김재규를 방어하기 위한 차지철의 꼼수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어떻든 한석규 주연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 묘한 흥분이 앞선다. 2005년 작품이지만 오히려 이 영화보다 더한 여운이 남았으니까. 그에 비해 이 작품은 생각만큼 감동이 더해진 건 없다. 이성민(박정희)의 연기도 박통 흉내내는 데 있어 고정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썩 와닿지 않는다. 또한 차지철 연기도 마찬가지. 여기에 이병헌의 연기도 썩 어울리진 않는다. 눈빛 연기에선 느낌이 왔지만, 말투나 행동은 무게감이 덜했다.

 

김형욱의 망명 이후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나 심경의 깊은 회한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많다. 고뇌에 찬 2인자의 허무한 죽음으로 느껴지기엔 거리감이 있다.

 

결국, 이 영화는 47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선방했지만, 손익분기는 달성하지 못했다. 좀더 카리스마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박통의 저급한 어투도 아쉽다. 최고 권력에 있던 위치로 보아 좀더 품위있고 절도있는 언변과 다독이는 따스한 리더쉽이 아쉽다. 단지 비춰지는 건 이간질시켜 권력을 유지하려는 안간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2인자를 곁에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어쩌면 적절한 힘의 균형을 위해 어느 한 곳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던 이유일 수도 있겠으나 사적으로 김재규가 선배이자 최고 실력자인 박통에게 총을 겨누기까지는 인간적인 배신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 권력에서 소외된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을 터이고, 토사구팽당한 김형욱을 통해 겪은 처지라 더욱 조바심이 났을 터. 여기에 미국의 협박은 더욱더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만약,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이 긴박하게 돌아간 정국 ? 야당 총재 김영삼이 이끄는 부마 항쟁이 무르익음 ?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국의 개입이 임박한 시점이라 분초를 다투었고, 급기야 궁정동 안가의 만남이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 터. 이 시기를 놓친다면 탱크로라도 밀어붙일 기세인 차지철에게 밀려, 눈 밖에 난 지 오래인 박통으로부터 거세당해 추풍낙엽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고, 이를 두려워한 김재규의 선택은 필연적으로 총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단 생각이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는 대부분 조선이나 고려 혹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루었고, 현대의 사건을 소재로 다루기엔 여러모로 제약 조건이 앞서 쉽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들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민주적인 요구와 봇물 터진 민주화 열망을 담고 이 영화 역시 수면 위로 나오게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한층 발전된 모양새. 추후 지켜봐야겠지만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적 절차와 대화, 타협이란 대 명제와 함께 대의멸친(大義滅親)을 손수 실천하는 그런 권력이 태동하길 바래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인지 아닌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추천해도 괜찮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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