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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독재자

[도서] 꼬마 독재자

이원수 외 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꼬마 독재자...진정한 민주주의 구하기?

 

창작동화 8편을 만났다. 유머와 위트, 풍자가 가득한, 그리고 시사하는 바도 내포되어 있으며 흥미롭기까지 하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민주주의란 주제를 놓고 우회적으로 잘 풀어가고 있다. 동물을 의인화하여 세상에서 벌어지는 행태와 동일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오히려 전달하는 메시지는 더 깊숙이 다가온다.

 

이원수 작가의 명월산의 너구리는 호랑이 임금이 죽자마자 기회를 틈탄 여우의 권력 찬탈로 이에 동조하는 무리들과 함께 호가호위하지 못하는 이반된 민심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정휘창 작가의 두꺼비 황제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다. 외양간 거름더미에서 벌어지는 파리 세상에서 황제로 군림하는 두꺼비의 공포정치는 과연 지속될 것인가. 그 말로는 어떠한 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두꺼비 역시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자 힘이 사라져 무용지물이 되는 참담함을 보여준다. 특히 그동안 쌓았던 신뢰없는 독재가 어떻게 끝나는 지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곽하신 작가의 얼음 속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넓지도 않고 깊지도 않고 깨끗하고 조용한 벌판 가운데의 작은 개울 속에서 낮이나 밤이나 약육강식이 판치는 무섭고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P.52)을 통해 송사리들이 어떻게 쏘가리를 피해 살아남는 지를 다룬다. 죽음을 불사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송사리에서 민초를 발견한다.

 

조대현 작가의 동물 농장의 산토끼에서는 작업계장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던 토끼의 삶을 돌아보면서 과연 이대로 좋은 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줄세우기와 아첨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정도를 걷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착하고 성실한 삶이 얼마나 힘든지, 결국 권력 추종자가 생기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지를 보여준다. 씁쓸하면서 우리의 현주소, 자화상을 들여다 보게 된다.

 

세상은 좋은 게 좋다구. 혼자 잘난 체 하면 하나도 이로울 게 없단 말야. 너 하나 깨끗한 척 한다구 세상이 눈이나 깜짝할 줄 알아?"(P.69). "세상이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 세상이 모두 자네 생각처럼 깨끗하고 바르기만 한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나?”(P.76)

 

박상규 작가의 꼬마 독재자는 배후에서 권력을 독점해 조종하는 견식이란 학급 의 행태를 보면서 어른 세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다만 자정작용을 통해 민주주의를 되찾는 고귀한 뜻이 담겨있다. 언뜻보면 권력에 끌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다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수의 선량함으로 무장한 이름없는 민초들이 똘똘뭉쳐 독재를 와해시킨다. 현실에서는 자본의 힘과 권력의 유착 앞에 다소 어려운 면이 있지만 어린이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해볼 만한 승부다.

 

이주홍 작가의 청개구리88올림픽 당시 환경미화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노점상 철거, 비닐하우스 판자촌 해체등을 떠올린다. 보여주기 위한 전시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희생당하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다. 주류에서 쫓겨난 이들의 생존권 투쟁은 요원하기만 하다.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희생된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담고 있다.

 

이원수 작가의 벚꽃과 돌멩이는 분열된 우리사회의 대조되는 두 모습 앞에 혼란을 느끼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 선거 규탄 시위를 바라보면서 자유당을 지지하는 영진 아버지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창호 아버지의 단면을 통해 돌멩이를 집어준 영진의 독백은 침묵하고 수수방관하는 우리의 자성을 촉구한다.

 

난동, 폭동이 민주주의란 말이오? 어떤 놈들이 뒤에서 조종을 해서 정부를 뒤집어 엎으려고 하는 거요. 젊은 놈들이 멋모르고 선동해 가지고 날뛰는 거야”.(P.158)

 

마지막으로 권정생 작가의 팥죽 할머니이야기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해학과 풍자의 극치를 보여준다. 호랑이에 의해 잡혀간 남편과 아들의 복수를 위해 팥죽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는 할머니를 보면서 말없는 민중의 봉기가 폭풍으로 몰아쳐 단박에 권력자를 밀어낼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있음을 드러낸다. 밑바닥에 납작 엎드린 듯이 보이지만 끊임없이 재기를 노리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쟁취되고 완성된다. 일거에 바꿀 순 없어도 차분하게 계획적으로 도전한다면 반드시 독재 권력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이야기다.

 

민주주의의 참뜻이 어디에 있는 지를 8편의 동화를 통해 스스로 찾아보게 만든다. 백성의 고통을 외면한 독재정권의 최후와 그 추종자들의 말로, 민주주의의 허실등을 다양한 형태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숙제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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