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농사를 짓지않다보니 옥상의 화단이 휑하다. 올해엔 유난히 바쁜 일이 많아 옥상 화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때문에 고추도 병들어 수확량이 적었다. 비가 많이 온 탓으로 병충해 피해를 많이 받은 때문이다. 덕분에 신선한 고추로 식단을 채우는 건 어느해보다 기쁨이 덜했다. 농부의 마음을 익히고자 출발했던 텃밭농사도 몇년째이지만 금년이 최악이다. 앙상한 고추 가지를 보면서 씁쓸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부추는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손길을 주는 만큼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인 것을 알면서도 애정을 쏟아붓지 못한 아쉬움이 앞선다.
내년을 기대해야겠지만 또 어떤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 지 한 해 한 해 앞을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하다보니 선뜻 계획을 잡기가 겁난다. 그래도 여전히 옥상 화단엔 봄을 기다리는 손길이 있을거로 기대하면서 올 농사 소회를 일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