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플루엔자와 열애중이다.
눈에 뵈는게 없다, 활활
아예 살림방을 따로 차렸다. 밤새 시달린다
누가 나를 갉아먹고 있는지, 사각사각사각
배추벌레가 배추잎을 갉아먹듯
녹슨 시간들이 내 耳鳴의 귀 조각을 먹어치우듯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이파리들이 햇볕과 광합성을 일으키듯
숙제하다 말고
열에 들뜬 엄마 걱정하느라
이불깃을 만지작거리며
사각사각사각, 사각사각
딸들이 밤늦도록 소곤대고 있다.
나를 조금씩 떼어먹던 나의 애벌레들이.
이제 곧 껍데기인 나만 남겨두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릴
고 이쁜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