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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도서]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M. T. 앤더슨 저/이한중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이 미국에 최초로 탄생한 올 겨울 이 소설은 내게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흑인이 동물 실험의 대상처럼 키워졌다니! 도대체 어떤 소설인지 궁금했다.

이 소설은 미국독립 전쟁 당시 흑인 소년 옥타비안과 그의 어머니가 백인 연구자들에 의해 실험용으로 길러지던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처음 이 소설의 홍보 문구를 보면서 과연 그게 사실인가,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 읽어가면서도 어느 정도 가상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프리카 공주고 자신과 어머니만 이름이 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숫자로 불리는 상황, 심지어 자신이 먹은 양과 자신의 똥의 무게까지 재야하는 상황 등은 모두 황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의 소설 구절을 보면 사실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만 사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성장 환경을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특수함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아이들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처럼 옥타비안 역시 자신의 성장 환경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점차 자신의 환경에 의문을 품게 된다. 같은 흑인이면서 비참한 하인의 처지인 보노는 그에게 세상으로 열린 유일한 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급변하는 미국의 정세 역시 옥타비안을 우물 안 개구리로 그냥 놔두지 않는다. 후원인이었던 첼소프 박사의 죽음으로 그 조카가 대신 백작이 되어 그 실험실인 저택을 방문하면서 비극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젊은 백작과 어머니의 연애사건과 파국은 그 둘에게 다시는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 장면에서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그 어두운 밤의 비극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어머니가 영국에서 흑인 노예가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뼈속 깊은 통탄에 빠진 모습은 내 마음까지 찢어지게 아프게 했다.

석학협회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고 흑인이 과학과 예술을 습득하는 능력 면에서 백인과 대등한지 연구하던 상황에서 흑인의 저능함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만다. 이 상황에서 천연두 파티가 벌어진다. ‘천연두 파티’는 실제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행해진 일이지만 그 재체 엄청난 비극성과 위험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결국 천연두 파티는 썩을 대로 썩은 미국 백인 사회의 상처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상처는 결국 멀쩡한 사람들마저 고름에 차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어머니를 잃은 상처는 소년을 성인으로 성장하게 한다. 소설은 이후 다양한 기법으로 소년의 상처와 복잡한 내면을 전달한다. 소년이 피맺힌 한으로 썼을 편지는 차마 표현하지 못해 수없이 지운 흔적과 함께 제시되고, 보고서 형식, 편지 형식 등에 의해 사건의 전말이 전달된다. 이후 3부는 옥타비안의 목소리를 버리고 외부 관찰자인 한 백인 군인의 편지에 의해 그 모습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이를 통해 좀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응시할 수 있으며, 한편 옥타비안이 겪었을 상황과 그 내면을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회에서 보편이라고 하는 것, 일반적이고 하는 것,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인종 문제 역시 우리도 차별의 문제로, 자유의 문제로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옥타비안이 슬픔을 힘으로 해서 어떻게 세상과 맞서 나갈지 2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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