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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도서] 하얼빈

김훈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주시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님의 신천에서 하얼빈까지의 일정을 다룬 이 책은 예상과는 다르게 안중근 님, 이토, 다른 종교인 등의 개인의 입장이 주된 이야기였다. 그들 본인들의 입장을 서술하면서 안중근 님의 당위성을 입증하거나 어떤 행위를 강조하기보다는 여백을 둠으로써 안중근 님을 더 빛나게 표현하고 싶은 작가의 의중이었을까???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는 밤에, 안중근은 이토의 육신에 목숨이 붙어서 작동하고 있는 사태를 견딜 수 없어하는 자신의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토의 목숨을 죽여서 없앤다기보다는, 이토가 살아서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p.88~89

 

이 책을 읽으면서 안중근 님이 하얼빈에서 이토를 쏠 수밖에 없었던 시대와 환경과 그 위대함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만으로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 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탄창에 네 발이 남았을 때, 안중근은 적막에서 깨어났다. ……나는 이토를 본 적이 없다…… 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

p.159

p.166~167

 

안중근 님이 총을 쏘는 부분에서는 그 총구를 내가 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엄청 긴장이 되었다. 분명 이토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를 본 적이 없는 안중근 님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이 되었다.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가서 살아났다면, 이토의 세상은 더욱 사나워지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았다면 이토를 쏜 이유에 대해서 이토에게 말할 자리가 있을까. 세 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p.193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가 너무 강렬하게 남았었는지, 하얼빈에서도 안중근 님과 이토의 독백이 이순신 장군님의 독백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이토도 이순신 장군님 같고 안중근 님도 이순신 장군님 같았다. 그럼에도 사실만을 기록하면서 안중근 님의 당위성이 당연하게 느껴지게 하는 작가님의 필체 다시 한번 감탄한다.

 

빌렘은 겟세마네의 예수 앞에 꿇어앉았다. 빌렘은 조선에 부임한 이래 이 작은 반도 안에서 벌어진 죽음과 죽임을 생각했다. 교회 밖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지를 빌렘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였으므로 이토의 사람들은 또 안중근을 죽일 테지만, 안중근이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아직은 며칠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빌렘은 안중근의 생명이 살아 있는 그 며칠을 생각했다.

p.248

 

2022년에 구매해서 2023년 새해에 읽을려고 아껴두웠던 책이였는데, 유익하고 감동깊게 읽었다. 안중근 님과 김훈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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