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인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부장제의 세상에서 모든 기준은 남성을 기준으로 세워졌다. 여성은 열등한, 예외적인, 특이한 경우로 치부되었고 '성 중립적' 기준은 남성에 맞춰 세워져 여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작은 남성으로 취급해 왔다.
여자들의 활약과 움직임은 역사에서 철저히 지워져 왔으며, 최근 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도 세상의 외면은 현재진행형이다. 분명 많이 발전했으나 여전히, 아직도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여자들은 존재하되, 데이터 상에는 없다. 존재하되,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존재하되, '사람'이라는 이름에 가려진다. 세상에서의 2등 시민이자 투명인간이다. 내 말이 너무 과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일독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남성들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여성들은 사회화되며 당연하게 생각해 온 모든 잣대들이 사실은 세상의 절반을 배제하고 있었음을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것은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며,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는 개념은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단순히 데이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현재 생활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비효율을 낳는 까닭이다.
독서를 하면서 나 자신과 다른 여성들이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오고 있었는지, 이 세상이 얼마나 완벽하게 우리를 외면하고 있었는지를 참담한 심정으로 곱씹게 되었다. 광고 문구인 젠더 팩트풀니스라는 단어가 통렬하게 와닿았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는 다시 되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천지개벽한 듯이 뒤집혔다.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보는 것은 발전에 있어 중요하다. 자기분석과 통찰이 스스로의 발전에 영향을 주듯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았고, 여성이 들어맞을 수가 없는 틀에 몸을 강제로 욱여넣거나 빈틈에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돌이켜 말하면 이 책을 읽음으로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처해 있는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사실 여성에 대한 데이터가 한참 부족하니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여성의 위치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대 여성의 역사에서 늘 그러했듯이, 우리는 근 백 년간 진일보하지 않았는가?
기술의 발전은 여성을 착취하는 방향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남성에 의해 지배당하고, 남성을 위해 세워져 남성의 사회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목소리를 냈고 한데 뭉치려 힘써왔다.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 진입한 이때, 기술의 공정성과 윤리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책에서도 등장하듯이) 1세계 백인 남성이 다수인 IT업계가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선도 업체가 되는 실정이다. 지금, 여성에 대한 위협이 기술을 힘입어 몸을 부풀리고, 우리가 발전한 기술을 통해 지구 건너편의 자매와 연대할 수 있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게 인상적인 과제를 던져 준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