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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도서] 손자병법

손자 저/김원중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우리가 '고전 classic'이라 칭하는 문학 작품들에 대해, "시대를 초월하여 늘 현재와 소통하는 문학"1이라 규정하는 것이 (문학 전공자가 아닌 제가, 이제까지의 독서로부터 얻은 경험상) 가장 합당한 정의(definition)라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대한 옛 사람들의 서술/묘사가 (앞으로는 어찌될 수 단언할 수 없으나) 적어도 현재에까지에는 잦은 예외 없이 잘 들어맞는다라는 것이겠지요. 그러하기에, 


'1813년 영국에서 발표된' 제인 오스틴의「오만과 편견」이란 작품이, 2014년의 대한민국과는 하등의 시대적·공간적 공통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2014년의 저에게와 2019년 현재까지 여전히, 아마도 2019년의 당신이 지금 그 작품을 읽는다 하여도 역시나, 잊혀지지 않는 감탄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작품을 '고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겠지요. 허나!!! --- 이와 같은 설명은 어쩌면, 앞뒤의 논리가 뒤바뀐 것일 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이야기는 딱 두세 가지밖에 없다. 그 이야기들이 마치 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인 양 강렬하게 계속 되풀이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다섯 가지 음조로 똑같이 노래해왔던 시골의 종달새처럼 말이다."


- 미히르 데사이,「금융의 모험」중 p315, 부키, 2018.


원래부터 인간의 본성이란 것이, 우리가 칭하는 '오래 전'이란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동안에는 변할 수가 없는, 진화의 전체 과정 중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찰나와 같은 매우 짧은 시간이기에, 1813년 영국의 여성 작가가 만들어 낸 문학작품으로부터 2014년 대한민국의 남성 독자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공감과 감탄을 하였었다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추론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이런 추론을 불합리하다라 판단하지 않는다면, --- "인간은 절대로 유일무이한' (분할 불가능한) 개인individual'이 아닌 복수의 '(분할가능한) 분인 dividual'"2이란 히라노 게이치로의 2015년 엣세이는, 1886년 역시나 영국에서 발표되었던「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반복된 내용이라 보아도 되는 겁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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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전략 전술은 전쟁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두루 응용이 가능한 처세서로도 손색이 없다. 적어도 손자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다수의 라이벌을 상대로 살아남는 법이다. 싸워서 이기는 방법뿐만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가르쳐준다." (pp29~30) 


(무려!) 기원전 500년 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러하기에 --- 현재의 전쟁과는 형태도 방법도 무기도 군사들의 능력도, 그 무엇 하나 비교가 되지 않을 시절에 쓰여진 전쟁서를 여전히 연구하고 있는 것이 딱히 이상하다거나 신기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됩니다. 


손자가 말하는 병법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심리전이며, 전쟁은 사람과 사람이 우선 상대하는 것이기에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고 감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요체이다. (p98)


제 아무리 현대의 전쟁이,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벌어지는 게임과 유사하다고 하여도 결국 승리의 최종 확정은 무기가 아닌 사람(보병)에 의해 결정지어진다라는 점에서 보자면, 손자 시대의 전쟁이나 지금의 전쟁이나 그 핵심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승리한 군대와 패배한 군대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제 기초와 군사력 등의 객관적 요소의 차이이며, 이를 비교·분석한 뒤에 비로소 승리를 점칠 수 있으며 전쟁이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손자의 기본 입장이었다. …… 손자는 전쟁과 경제·정치가 대단히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pp22~25)


기원전인 춘추전국시대의 전쟁이나,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전쟁과 기본적인 승패의 맥락에는 변함이 없는 겁니다. 이처럼,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 '고전'을 읽는다라는 건 물론, (일종의) '지식의 창조자' 또는 '보편적 감정을 표현해 낸 자'라는 위대함이 우선이겠으나,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이렇게나 오래 전 시절에 이런 이야기를 이미 했었단 말이야?'란 놀라움을 갖게 되는 행위(일 뿐이)라 하여도, 고전이 지니고 있는 크나큰 가치가 훼손되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에 적용해도 될 만큼 보편적인 내용들 (p7)


우리가 고전 읽기에 있어 더욱 신경 써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와 같은 기본적인 한계(?)를 재확인하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현대의 전쟁에 「손자병법」에 쓰여져 있는 전술·전략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교조적 적용도 아닌, 심지어 고전에 쓰여져 있는 문구를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멋지게 포장하는 것도 아닌,


"나라도 망하고 기업도 망하는데, 절대로 망할 것 같이 않은 집단이 있다. 종교집단3이다. … 기업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데, 왜 종교는 망하지 않는 것일까?"


김상근, "불멸의 조직 만드는 5가지 비법, 수천 년 지속된 종교에서 배우다", DBR, July 2016, No.205.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혹은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에의 응용을 위한 핵심 insight의 발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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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可勝在己 



"성공한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고객들과 가치 있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의 상품과 서비스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뭔가 계속 잘 안 되고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아주 심플합니다. 바로 그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 강민호,「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중 p45, 와이비, 2017.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느 마케팅 전문가가 단언한 위 문구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는 하여야 한다.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p124)란 기원전 손자의 병서 속 구절을 현대의 경영학에 응용한, 다시 말해 --- 이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종달새의 다섯 가지 음조들' 중 하나를 새로운 분야에서 찾아해 낸 좋은 예들 중 하나가 됩니다. 한 가지 예를 더 찾아보자면, 



【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최상의 전략으로 보았으며, 이것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모공>편을 만들었다. …… <모공>편의 핵심은 마지막 문장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p94)4

이 책을 읽기 전의 제가 그러했듯, '지피지기면 백전백승'5이란 구절이「손자병법」속 문구라 대부분 오해하지만 사실 그러한 구절은 적어도「손자병법」속에는 존재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손자는 말하기를,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잘된 것 중에 잘된 용병6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용병이 잘된 것 중의 잘된 용병이다. (p95)


춘추전국시대에도 그러했었고, 지금도 그러하듯, 전쟁이란 일단 발생되고 나면 최후의 승리가 누구의 것이 되든 관계 없이7, 해당 전쟁에 참여한 국가뿐만이 아닌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에게도 또한 명백한 피해를 가져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8 이런 점에서 보자면, 


"가격경쟁의 궁극목표는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 주우진, "가치 창출의 가격 전략", SBL Column 2015.01.27.


현대 경영학의 가격이론이 제시하는 궁극목표 또한 싸움을 통한 승리가 아닌,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용병'을 지향한다라는, 예의 '종달새의 다섯 가지 음조들' 의 일 변주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고전이 품고 있는 의미를 현대적인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고전이 지니고 있는 현대적인 의미라 할 수 있겠으나,


고전은 고전답게 읽어야 한다. 이 책을 현대 경영의 시각에서 권모술수라는 측면에 과도하게 결부시켜 읽지 말라는 말이다. 구절 하나로 전체의 뜻을 재단하는 식의 단장취의(斷章取義)는 고전의 큰 세계를 이해하는 게 걸림돌이 될 뿐이다. (p32)


"서구의 근대화는 … 토론과 대화로 정신을 설득하는 관념론적 과정이 아니라, 감시와 처벌의 채찍으로 신체를 길들이는 유물론적 과정이었다"란 미셸 푸코의 설명을 앞뒤 다 잘라낸 뒤, "서구의 근대화도 어차피 감시와 처벌, 군대식 훈육의 결과였다"라 악의적으로 치환시켜 (박정희로 상징되는 근대화 주역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근대화의 폭력성'과 같은9 (의도된 것이든 의도되지 않은 것이든 관계 없이) 오역을 이 책의 역자 김원중은 또한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쟁에서는 방법론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것이 최종 목적이지만 경영의 목적은 가치창출을 통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매우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문휘창, "제로섬 전쟁 VS 윈윈경영, 창조적 통찰의 효용은 같다", DBR, July 2012, No.109


"전쟁은 인간뿐 아니라 재산과 자연자원을 파괴한다. 승자는 패자의 자원을 차지하므로 전쟁은 자원 재분배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승자 역시 전쟁으로 인한 일정한 대가(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전후 결과는 항상 마이너스가 된다. 따라서 전쟁은 본질적으로 가치파괴(value destruction)란 특성을 가진다. 반면 경영 활동의 본질은 가치창출(value creation)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관련 기업과 협력하고, 주주에게 이윤을 줌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 문휘창, "전략의 신, 경영의 대가와 만나다"10DBR, August 2013, No.134


명백히, 물리적 전투를 상정하고 쓰여진 이 책「손자병법」속 insight를, 경영뿐만이 아닌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나 또한 --- 그러한 우()를 범하지만 않을 수 있다면!  


춘추전국시대 … 이 시대를 관통한 단 하나의 표어는 '생존'이었다. …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는 공론의 화두였다. (p5)  


춘추전국시대와 마찬가지로, 경쟁이란 것이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삶의 기제가 되어 있는 현 시대를 살아가야만 한다면, 그렇게 '삶이 곧 전쟁'이란 말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리하여 --- 경쟁에서 어쨌든 이겨내길 원한다면, 이 책의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까지를 적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저의 경우엔 


군주 된 자는 노여움으로 군대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 된 자는 화가 난다고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이익에 들어맞으면 움직이고, 이익에 들어맞지 않으면 멈추어야 한다. 분노는 다시 즐거움이 될 수 있고 성냄은 다시 기쁜이 될 수 있지만, 망한 나라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죽은 자는 다시 소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전쟁에 신중하고, 훌륭한 장수는 전쟁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나라를 안전하게 하고 군대를 온존하게 하는 이치이다. (p310) 


13편 중 12편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安國全軍之道'란 구절이 참으로 맘 아프게 읽혔었습니다. 왜 이제야 이 글을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좀 더 일찍 이 글을 만나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았었더라면, 또 다른 모습의 삶을 지금 살아내고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가져봐야 쓰잘데기 없는) 아쉬움 말이죠. 



 ※ 읽어 본, 중국의 고전 :소서(素書) -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







  1.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 소개말 중.
  2. 히라노 게이치로,「나란 무엇인가」중 pp47~48, 21세기북스, 2015.
  3. "보편종교(universal religion)라 불리는 세계 5대 종교, 즉 그리스도교, 불교, 유교, 힌두교, 이슬람"
  4. '적'의 개념을 경쟁자가 아닌, 소비자로 상정하여야 한다는 주장 또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 "여기서 적을 경영적으로 해석하면 경쟁기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을 소비자로 파악할 때 더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이 제공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최후의 심판권을 가지게 된다. 기업이 아무리 새로운 경쟁자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결국은 실패하게 된다. 전쟁에서 적을 아는 것이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면 경영에서는 소비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 문휘창, "제로섬 전쟁 VS 윈윈경영, 창조적 통찰의 효용은 같다", DBR, July 2012, No.109
  5.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조경태 의원이 안보위기·경제파탄을 야기한 현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나서서 심판하겠다고 자처했다. 조 의원은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며 '누가 문재인정권과 민주당을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이냐'라고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 '조경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민주당 심판 자처', 데일리안 인터넷판, 2019.02.18. 중
  6. "'용병用兵'이란 '군대를 사용하는'이라는 의미이다"(p76)
  7. "전쟁이란 일어났다는 자체가 양측의 손실" (p88)
  8. "A war on the Korean Peninsula, no matter who starts it, will be costly for the global economy. Shipping lanes will be disrupted, exports from China will slow, and interest and insurance rates will rise, making commerce more costly everywhere. South Korea, which ranks in the top 10 globally in both exports and imports, will suffer the most, with lives lost and capital destroyed. Taken together, these effects might subtract, say, half a percentage point from world GDP, or about $350 billion." --- <The Economics of Was with North Korea : Would fighting Kim Jong Un be worth it?> by Daniel Altman, April 15, 2013,『Foreign Policy』
  9. "고전의 텍스트는 인용자의 정치적 의도와 맥락에 따라 자주 인용되면서 원래 텍스트와는 별개의 생명력을 갖고 살아 움직일 수 있게된다" --- 류동민,「경제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중 pp37~38, 충남대학교 출판부, 2009.
  10. 이 article에서 저자 문휘창 교수는 "<손자병볍> 13편의 각 편의 핵심 주제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경영이론을 연결신킨 결과 놀랍게도 포터의 중요한 경영이론들이 '누락되거나 겹치는 부분 없이(No missing and no overlapping)' 모두 관련됐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현대 경영학 이론에 대한 제 무지의 소산이겠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좀 지나친/과장된 자의적 연결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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