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이처럼 복잡다단한 수만 피스 고난이도 퍼즐 중 가장 중요한 (혹은 아름다운) 일주일어치 조각들의 이야기이다. 절망과 희망이, 구차함과 찬란함이 안스러움과 안도가 번잡스럽게 교차하는 이 일곱 가지 인생의 퍼즐들을 들었다놨다, 끼었다뺐다, 여기에넣었다저기에넣었다 하는 런닝 타임 두 시간은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그 과정에서 누리기 좋은 조각 맞추기의 즐거움으로 풍성하다.
사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영화는 모두 일곱 가지의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들의 두 주인공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 에피소드들이 챕터들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서 발전해간다. 그 발전의 방향은 대략 이렇다. 먼저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각각의 주인공들은 서로가 서로를 탐색하거나 우연히 발견한다. 하지만 그러한 탐색과 발견의 과정이 흥미진진하되 아름답게만 흐르지는 않고, 결국 어떤 파국에 다다르게 된다.
카드 독촉에 시달리며 지하철 외판일을 하는 남편(창후, 임창정)을 몰래 훔쳐보던 아내(선애, 서영희)는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조사장(천호진)과 유정(엄정화)의 아들을 유괴(라기보다는 유사 유괴)한다. 그리고 이 일로 유정은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과격열혈 형사 두철(황정민)과 위기를 맞이한다. 그 사이 곽씨네하우스의 곽회장(주현)은 자신의 극장을 멀티플렉스화하려는 꿈과 동시에 배우를 꿈꾸는 중년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여사장인 오여인(오미희)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다 번번히 실패하고, 유정과 이혼을 한 동성애자 조사장은 자신을 찾아온 과거의 연인을 매정하게 돌려보낸 후 남자 가정부를 떠나보내고 연인의 죽음을 확인한 후 자살을 시도하고, 농구를 그만두고 채권추심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던 성원(김수로)은 자신을 아빠라고 말하는 어린 백혈병 환자가 위기에 처하고 자신의 채권추심을 견디지 못해 지하철에 투신한 사람의 소식을 듣고는 결국 자신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지는 신세가 되며, 창후는 자신 몰래 낙태를 결심한 듯한 아내를 찾아 산부인과 병원의 산부실에서 난동을 피우고, 댄스그룹의 맴버 정훈(정경훈)을 사모하고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다 자살미수로 정신병원에 들어온 수경(윤진서)은 한 병실을 쓰게 된 정훈과 섹스를 하다 그만 정훈의 극심한 발작을 목도하게 된다.
얼핏 유쾌한 듯 보이지만 대체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던 이들은 한 순간 인생의 조타수를 잃고 난파한 유령선처럼 공황의 상태에 빠진다. 그처럼 삶의 공황이 절정에 다다른 상태, 자신의 실수로 유괴된 유정의 아들을 찾기 위해 창후의 아내 선애를 현장에서 검거한 두철은 이렇게 말한다.
“너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살려주겠다.”
그리고 이루어지는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의 반전... 자신의 생애에서 한 번쯤은 일어날 수도 있는, 그래서 너무 허황되지는 않으면서도 판타스틱하고 럭키한 반전이 이루어진다. 덕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늦은 밤 피곤한 몸으로 자리를 잡았는데도 나올 무렵에는 오히려 피곤이 조금은 가신 기분이랄까.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니체의 경구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실은 최근에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돌아와 다시 찾으려 했지만 감쪽같이 못 찾겠다.) 가 말해주듯 반복적이고 수시로 난감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상(혹은 생)의 하릴없는 진전 중에도 한 줄기 환희의 순간이 있음을 넌지시 말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