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1

이름의 기원

겨울날 오후,

루치아노는 길에서 구걸하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동전을 주고, 돌아서는데, 맘에 걸렸다.

"Where's your family?"

대답이 없다.

"What's your name, son?"

대답이 없다.

목도리를 벗어주고 집으로 가려는데, 아이가 빤히 쳐다본다.

"Wanna come with me, sonny boy?"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데려왔다.

아이는 일 년 넘게 말을 한 마디도 안 했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다.

보체티 패밀리 형아들도 그 아이를 그냥 sonny boy라고 불렀다.

"Come on, sonny boy, wanna play catch?"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2

부티의 일기 1

부티는 같이 엄마놀이할 사람이 없다.

치치오빠한테 달링 역할 좀 해 달라면

자기는 은행강도라면서 다 부수고 도망간다.

"치치 보체티, 너, 파파한테 다 일러 버릴 거야!" 하면

"부티 보체티, 너 죽을래!" 하고 달아난다.

에휴, 내가 참자.

그런데 어느날 파파가 거지아이를 데려왔다.

엄마놀이 할래? 했더니, 가만히 쳐다본다.

우와... 눈이 예쁘다... 반짝반짝해...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2.2

치치의 일기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형아들에게 둘러싸여 지냈다.

형아들은 장난도 잘 치고, 엄청 친절했는데,

우르르 몰려나가면 꼭 몇 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 오냐고 물어봐도 나한테 가르쳐주지 않았다. 쳇.

그런데 어느날 파파가 거지아이를 데려왔다.

"야호! 드디어 나도 쏠져가 생겼다!"

하고 좋아하다가 파파한테 혼났다.

쏠져 아니라고.

파파는 내가 아끼는 옷을 꺼내서 그 아이한테 입혔다.

어... 괜찮아, 난 옷 많으니까!

이제부터 벙어리 녀석하고 협공으로 부티를 괴롭혀야겠다. 흐흐...

근데 부티가 이녀석을 딱 붙잡고 안 놔준다.

야! 부티 보체티! 써니보이 내 꺼라고!

야, 써니보이, 너 내 편이야, 부티 편이야!

니네 둘 다 꺼져버려!!!

 

부티가 파파한테 일러바치는 소리가 들린다.

"파파! 치치오빠가 또 욕하고, 방문 쎄게 닫고, 문 잠갔어요!"

써니보이 미워.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3

부티의 일기 2

파파 생일에 가족 사진을 찍으러 사진사가 집으로 온다고 했다.

부티는 써니보이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 주었다.

써니보이는 좀 찡그렸지만, 

"사진 찍으려면 머리를 빗어야지!"

했더니 예쁜 눈으로 가만히 쳐다본다.

그런데 치치오빠가 써니보이한테 "니가 왜 같이 찍냐?" 그랬다.

써니보이가 입술을 꼭 깨물더니 휙 뛰어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파파가 찾으러 나갔다.

부티는 울다 잠이 들었다.

그런데 치치오빠는 밤새 울었다고 한다.

치치오빠는 아무래도 바보 같다.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4

스티비의 일기 1

숙모가 장난감을 사 준다고 데리고 나와서

"여기서 기다려" 하고 가 버렸다.

밤까지 기다렸는데 안 왔다.

브릿지 아래로 시커먼 물이 출렁거려서 무서웠다.

옆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빵을 나눠주면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야 사람들이 돈을 잘 준다고 했다.

다른 아저씨는 내 얼굴이 너무 하얗다고 검댕을 칠해 줬다.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서 아저씨들하고 어울려 사는 게, 

숙모랑 사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5

스티비의 일기 2

햇뱉이 쨍한 오후에,

천사 같은 누나가, 나타났다.

나는 구걸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계속 쳐다봤다.

너무 예뻤다.

나한테 동전을 주려고 하길래 싫다고 했다.

누나가 내 코끝을 톡 건드리면서 웃었다.

누나 아버지가 나타나 누나를 불렀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저 누나랑 결혼해야지.

 

천사 누나가 다시 왔다.

어떤 아저씨랑 팔짱을 끼고 왔다.

누나랑 눈이 마주쳤다.

누나가 다가와 내 코끝을 톡 건드리며 웃었다.

울음이 터질 뻔했다.

저 아저씨는 누굴까.

몰래 따라가 보았다.

피짜리아에서 무거운 박스를 나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가 계산대에 앉아서 외쳤다.

"올리브오일 일곱 박스, 써니보이!"

써니보이...

웃는 눈이, 천사 누나랑 닮았다.

미워하려고 했는데.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6

스티비의 일기 3

누나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

내려앉았다.

누나는

분홍빛 나비처럼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지금도

누나의 모자를

가지고 있다

써니보이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써니보이는,

왜냐하면

써니보이는,

모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7

리차드 이야기 1

아저씨들은 오스카와 나를 귀여워했다.

오스카에게는 술을 주고,

나에겐 담배를 줬다.

오스카가 술주정을 하면,

난 옆에서 멋지게 담배를 피웠다.

 

주방 아저씨가 올리브오일이 떨어졌다고

길 건너 피짜리아에 가서 한 병 얻어오랬다.

오스카가 자는 척해서, 나 혼자 갔다.

오일을 얻어서 나오는데,

한 아이가 피짜리아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뭐지?

길을 건너오는데,

뒤에서 쨍그랑 소리가 났고,

피짜리아 주인 할아버지가 뛰어나왔다.

나는 얼떨결에 그 아이를

쓰레기통 뒤에 숨겨 주었다.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8

리차드 이야기 2

"이게 무슨 뜻이야?"

그 아이가 내 코를 톡 건드리더니 진지하게 묻는다.

"너 귀엽다, 이 뜻."

"그래...?"

"내가 담배 피면 아저씨들이 그러거든. 그러고 돈 준다!"

"돈...?"

왜 시무룩하지? 돈 준다니까? 바보야!

 

그 아이가 내 팔짱을 끼더니 묻는다.

"그럼 이건?"

"사...랑..."

"......"

조용하길래 봤더니, 눈물이 잔뜩 고여 있다.

어... 어떡하지... 오스카가 있었으면 웃겨 줬을 텐데...

으휴, 자는 척하다 지금쯤 진짜 잠들었겠지...?

그런데 눈물 고인 눈이 귀엽다.

코끝을 톡 건드렸더니 금방 말갛게 웃는다.

에에씨, 놀랐잖아, 바보야!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9

리차드 이야기 3

오늘이 마지막 공연.

제목을 바꿨다.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로.

그러면 어쩐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공기 중에라도 떠돌 것 같아서.

 

그 아인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두 뺨에 검댕이 잔뜩 묻어 있던 것 밖에.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 아이가 한 번쯤 보러 와 줬으면 했다.

천사 누나를 보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로 보러 올까 두려웠다.

그 아이가 산산이 부서질까 봐.

 

그런데 오늘은 내가 부서질 것 같다.

오스카, 빨리 와라.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10

스텔라

나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 혼자 가겠다고 했다.

"목걸이 사러 가는데 여러 명 갈 필요 없잖아요?"

파파는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결국 초호화 여객선 표를 사 주었다.

내 부탁은 뭐든 다 들어주는 파파!

(다섯째 오빠랑 여섯째 오빠가 총 두 자루씩 차고 몰래 따라온 건 나도 안다.

변장이 너무 유치해. 창피해서 못 살겠다.)

 

맨하튼 도착.

거리 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목이 말라서,

이탈리안 바에 들어갔다.

무대를 손보고 있던 남자가, 아직 영업 시간 아니니 나가란다.

"여기 망하겠네."

했더니,

테이블에 다리 올리고 얼굴에 모자 덮고 자고 있던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엌ㅋㅋㅋ어케 알았짘ㅋㅋㅋ? 우리 사흘 후에 진짜로 망할 건뎈ㅋㅋㅋ"

자고 있는 거 아니었어?

무대 남자가 화를 냈다. "웃지 마!"

 

자던(?) 남자가 어슬렁 일어나 킬킬거리며 물을 가져왔다.

물을 마시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웃음을 그치더니 내 테이블에 털썩 앉는다.

"이렇게 검고 큰 눈은 처음 봤어... 우와..."

하더니 뚫어져라 본다. 헉, 뭐 이런~

"이렇게 검고 푹신한 머리칼도 처음 봤어...!"

하더니 순식간에 내 머리칼에 코를 박고 숨을 후욱 들이마신다. 헉! 뭐 이런~

나는 그남, 나도 모르게, 확 키스를 해 버렸다.

그랬더니 이 남자가 미친 듯이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헉! 뭐 이런~

나는 이 남자를 주머니에 넣어가기로 결심했다.

 

무대 남자가 멍... 하니 이쪽을 보고 있다.

굉장히 오랫동안 멍... 하고 있다.

왜 저래?

 

미아 파밀리아 작가메모 #11

치치 이야기(써니보이의 첫마디)

총을 훔쳐서 밤에 몰래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