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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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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강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강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p.133    

2022.08.19 공감 횟수 8 댓글 수 0

포스트 우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우기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 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 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ㄴ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 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재지구름 걷히고...

2022.08.18 공감 횟수 7 댓글 수 0

포스트 쇠비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쇠비름   뿌리째 뽑아내어 열흘 밤 열흘 낮 말려봐라 수액 한 방을 안 남도록 두었다 ㅃ리 흙 탁탁 털어 가축 떼에 먹여봐라 씹히고 씹히어 어둡고 긴 창자에 갇히었다 검게 썩은 똥으로만 나와봐라 서녘 하늘 비구름 육칠월 밤 달무리로 장맛비 낮은 하늘에 불러올 때 팥밭의 거름 속에 숨어 빗줄기 붙들고 ...

2022.08.17 공감 횟수 5 댓글 수 0

포스트 풀잎이 그대에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풀잎이 그대에게   벗이여 당당하게 쓰러져주셔요 온몸을 단져 싸우고 깨끗하게 쓰러져주셔요 오직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지기 위해서라도 싸우셔요 비겁한 승리보다도 떳떳한 쓰러짐이 빛나요 그러나 벗이여 깨끗지 못하게 지진 마셔요 아직 남은 목숨 남은 끈기 있는데도 지지 마시고 더더욱 비굴하게는 지지 마셔...

2022.08.16 공감 횟수 8 댓글 수 2

포스트 벗 하나 있었으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가튼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레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

2022.08.15 공감 횟수 8 댓글 수 4

포스트 상선암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상선암에서   차가운 하늘을 한없이 날아와 결국은 바위 위에 떨어진 씨앗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흙 한 톨 없고 물 한 방을 없는 곳에 생명의 실핏줄을 벋어 내릴 때의 그 아득함처럼 우리도 끝없이 아득하기만 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바위 틈새로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어 세운 나무들의 모습을 보라 ...

2022.08.14 공감 횟수 10 댓글 수 4

포스트 산맥과 파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산맥과 파도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이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

2022.08.13 공감 횟수 9 댓글 수 2

포스트 나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나무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요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잔가지만큼 넓게 넓게 뿌리를...

2022.08.12 공감 횟수 8 댓글 수 2

포스트 깊은 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에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

2022.08.11 공감 횟수 7 댓글 수 0

포스트 저녁 무렵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저녁 무렵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 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

2022.08.10 공감 횟수 7 댓글 수 0

포스트 먼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먼 길   하늘엔 별도 없고 대추나무 잎마다 달빛만 흩어지는데 끝도 없이 먼 어둠을 건너는 구름 밤을 새워 풀그늘에 벌레는 울고 이 땅의 길들도 모두 저물어 저마다 쓰러져 깊게 누운 날 걸어온 길도 걸아갈 길도 어쩌면 어쩌면 이리 아득해 몇 번이고 홀로 불을 켜고 앉아서 꺼지고 넘어지는 불씨를 ...

2022.08.09 공감 횟수 7 댓글 수 0

포스트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

2022.08.08 공감 횟수 9 댓글 수 2

포스트 돌아가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돌아가는 꽃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은 그대로 인하여 돌아가리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빛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p.108    

2022.08.07 공감 횟수 9 댓글 수 0

포스트 눈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송필용 그림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06월       눈물   마음 둘 데 없어 바라보는 하늘에 떨어질 듯 깜빡이는 눈물 같은 별이 몇 개 자다 깨어 보채는 엄마 없는 우리 아가 울다 잠든 속눈썹에 젖어있는 별이 몇 개 p.107  

2022.08.06 공감 횟수 11 댓글 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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