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스튜던트
김용섭
퍼블리온/2021.2.18.
sanbaram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는 직업은 갖지 않고 학위만 계속 쌓아가는 대학생을 일컫는 말이었다.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취직도 잘 안 되고, 사회생활하기도 두렵고, 성인으로서 책임도 회피하기 위해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소 경멸하는 의도가 담겨 있고, 조금은 안타깝게 바라보며 쓰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든지 대학을, 그것도 전 세계 어느 대학의 수업이든 수강할 수 있는 시대가 되니,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는 어떤 변화와 위기 속에도 적응하고 살아남는 치열한 강자의 모습이 되었다. 프로페셔널 워커 이면서 동시에 프로페셔널 스튜던트가 앞으로 살아남을 사람이라고, <프로페셔날 스튜던트>에서 말하고 있다. 저자는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다. 다수 기업들을 위한 자문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서로 <라이프 트렌드 2021>, <언컨텍트>, <펭수의 시대>, <아이들 미래를 망치는 엄마의 상식>, <날카로운 상상력> 등 다수가 있다.
<프로페셔날 스튜던트>는 기업과 산업, 혹은 사회와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 입장에서 본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미래에 대한 대응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은 공교롭게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다크호스와 흙수저들의 역전도 많아질 수 있다. 과거의 관성을 가감하게 빨리 잊을수록, 다가온 미래를 더 잘 보고 받아들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하는 이들이 유리한 건 당연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상이 5년쯤 앞당겨지면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도 그만큼 앞당겨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말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으리란 희망이 있어야 사람들은 노력도 하고, 꿈도 꾼다. 결국 세상이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이다. 더 외롭고 치열한 자기 진화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p.45)”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대학에서 폴리매스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매스는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 한 가지만 깊이 있게 파고드는 특정분야 전문가와 달리, 리더가 되거나 창업을 할 때는 폴리매스형 인재가 유리하다. 기술뿐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도 알아야 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칼리지는 몇 주에서 몇 달간 단기간의 학습 과정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다. 당연히 학위는 없다. 왜 마이크로 칼리지가 필요할까? 바로 지식정보의 반감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미래는 점점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건 모두의 숙제이고, 남이 이미 찾아놓은 답을 배우는 학습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않은 것을 직접 찾으면서 배우는 교육이 미래엔 더 필요해진다고 강조한다.
“세상에 사양산업은 없다. 사양기업이 있을 뿐이다. 직업도 전공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과거의 직업이라고 가치가 다 떨어지는 게 아니다. 미래에도 건재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상위 1%의 입지는 더 탄탄해질 수 있다.(p.127)” 유망산업이라고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유망해지는 게 아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것, 재밌어서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 최고가 되려면 재미있게 몰입해야 된다. 그래야 남들보다 탁월해진다. 그리고 어떤 전공이든 한 번 선택했다고 끝까지 계속 가야 하는 거 아니니, 선택한 후에라도 아니다 싶으면 바꾸고, 또 바꿔가며 계속 공부하면 된다. 그게 미래의 직업 교육 전략이기도 하고, 전공을 선택할 때도 그런 관점이 필요하다. 겸업과 부업 허용이 대세가 되는 건, 정규직 종말의 전초 단계이기도 하다. 종신고용이 사라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동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어차피 모든 분야는 융합으로 간다. 무엇을 먼저 시작했든 간에 결국 다른 걸 계속 배워서 융합시켜야 한다. 그러니 첫 번째 전공 선택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뭐가 되고 싶은지 묻지 말고 무슨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세요. 그럼 대화는, 누구를 위해 일할 것 인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로 바뀝니다.(p.218)” 이것은 구글의 교육책임자 제이미 카삽이 한 말이다. 기성세대가 살았던 과거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으로 일자리를 얻는 방식을 고집하는 건 난센스다. 공부하지 않는 부모가 변화도 모른 채, 관성에 따라 자식의 미래에 관여하는 게 제일 위험하다.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창의적인 뇌를 타고나서가 아니라, 창의 적인 환경에서 자라서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성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 이상으로 갖추도록 키워야 한다. 이걸 가정교육에서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인성 교육을 시험 치듯 해서 무슨 인증을 한들 과연 쓸데가 있겠는가?
“팬데믹은 우리의 현재만 두렵게 만든 게 아니라, 미래를 앞당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교육과 일하는 방식의 급진적 혁신이 결국 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p.222)”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다.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에 노동자의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 세금을 노인복지와 아동교육 등에 쓸 수 있다.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재교육해 사회복지나 아동교육 분야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 세금으로 임금을 줄 수 있다. 이는 빌게이츠가 2017년 2월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돋보이는 능력이 있다면 인맥 없어도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인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거나, 흙수저 여서 기회가 없다며 자괴감 갖지 말고, 불리하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다. 불평만 해선 결코 바뀌지 않으니까. 생존은 행동의 문제다. 생존력 공부의 핵심은 실행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공부는 남이 시킨 것만 해선 안 된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에게 뭘 공부할지 시켜야 한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공부 태도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려 들지 않는 자는 무책임한 자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공부가 무기가 되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미래의 공부는 철저하게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자기 맞춤형 공부여야 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당신을 기억하게 하려면, 당신은 계속 성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페셔널 스튜던트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는 이 책을 청소년이나 그 부모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