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밥 햄블리/최진선
리드리드출판사/2022.5.10.
sanbaram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색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색감은 스치듯 지나더라도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감정 기분까지 자극한다. <컬러愛 물들다>에서 저자는 “자연의 색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일상에 깃든 색에서 받는 자극은 우리를 환상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p.16)”고 말한다. 이 책에는 색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 자연에서 색의 역할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색감이나 상징적으로 쓰이는 색의 의미를 이야기 한다. 색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알아두면 쓸모 있는 내용을 6개의 주제로 엮었다. ‘빨강: 색을 향한 열정. 노랑: 10년을 정의하다. 파랑: 영감의 원천. 주황: 같은 색깔 다른 세계. 보라색: 숭고한 대의. 녹색: 불편한 진실’ 등이 그것이다. 저자 밥 햄블리는 1990년 토론토에 본사를 둔 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앤 드리울리를 창업했다. 현재 컬러 스터디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진, 미술, 저술 등의 분야에도 집중ㄴ하고 있다. 색은 그의 모든 활동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컬러愛 물들다>에서 색감에 대한 흥미롭고 재밌는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한다.
“1500년대 이전의 이발소는 이발과 면도 외에도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머리에서 이를 잡아주고, 치아도 뽑아주고, 피 뽑기 같은 간단한 외과적 시술을 행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것들은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치료법이었다.(p.21)” 이발소의 회전 간판 기둥 맨 위에 붙어 있는 놋쇠 공은 환자의 피를 모아두는 놋쇠 양동이를 의미한다. 기둥은 이발사가 혈관을 잘 찾을 수 있도록 환자가 꼭 붙잡던 막대기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줄무늬는 사혈 과정에서 사용된 붕대를 뜻한다. 하얀색은 깨끗한 붕대를, 빨간색은 수술 후 피로 물든 붕대를 나타낸다. 수술이 끝난 후 이발사는 붕대를 빨아 기둥 위에 걸어두고 건조시켰는데, 바람이 불면 깨끗한 붕대와 피 묻은 붕대가 서로 꾸이기 일쑤였다.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담아 회전 간판의 빨간색과 하얀색이나 나선형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간판 중에서도 유난히 빨간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패스트푸드점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런 현상이 ‘케첩 머스터드 이론’이다.(p.26)”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내부를 디자인하면 느긋하게 쉬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색 모두 너무 강렬하다. 반면 메뉴판, 의자, 테이블, 포장재를 밝은 색으로 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빠르게 달굴 수 있다. 소비자에게 ‘맛있게 먹고 즐겨, 대신 이 자리에서는 빨리 일어나야 해’라고 암시를 주는 것이다.
“하버드의 슈트라우스 센터는 색깔 도서관이다. 매사투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학 내에 있으며, 선반에는 다양한 색상의 안료 샘플이 넘쳐난다.(p.37)” 이 센터가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은 에드워드 윌도 포브스의 순수 미술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랠프 윌도 포브스의 손자이자 하버드 졸업생인 그는 유럽 고전 작품의 진위를 증명하기 위해 페인팅 기술과 안료, 예술 작품 보존을 체계적으로 연구 했다고 설명한다.
“빨강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문화와 제국을 빛내준 색이다. 이집트, 중국, 마야, 아즈텍 사람들의 옷과 도자기, 그리고 몸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또 빨강은 인생, 사랑, 열정뿐만 아니라 분노, 공격, 승리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단어를 상징한다.(p.44)” 연지벌레로부터 추출한 코치닐 색소의 우수한 착색력은 르네상스 동안 붉은색의 명성을 한층 더 높였다. 본래부터 명예를 가진 사람만이 이 매혹적인 염료를 살 수 있었기에 선명한 빨간색 옷을 높은 귀족이나 왕족 계층, 성직자가 주로 입었다. 그런데 코치닐 색소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특별한 사람만 입던 붉은색 옷을 너도 나도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국군이 미국 수도의 워싱턴 D.C를 점령했다. 수도 곳곳을 불바다로 만들며 ‘대통령의 관저’까지 불태웠다. 미국은 영국군이 퇴각하고 복구 작업에 들어갔을 때 ‘대통령의 관저’의 검게 그을린 자국을 지우기 위해 건물 외벽을 흰색으로 칠했다. 하얀 건물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미국 대통령 관저 ‘백악관’의 유래이다.(p.46)” 대통령 관저를 짓기 시작한 건 1792년이었다. 건물 외벽의 자재로 사암을 이용해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외관에는 금이 가거나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석회로 된 백색 도려를 표면에 칠했다. 그리고 장시간 동안 날씨에 영향을 받으면 변색될 것에 대비해 추가로 코팅작업도 했다. 주위의 빨간 벽돌 건물들과 너무나 대조되는 흰색 건물 외관이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백악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구는 14세기 유럽의 잔디밭에서 시작되었다. 각양각색의 나무망치와 봉을 공을 쳐서 말뚝 주변의 아치형 작은 문을 모두 통과한 뒤 마지막 목표 말뚝을 먼저 맞추는 사람이 승리하는 크로케와 경기방식이 흡사하다.(p.44)” 차츰 높은 테이블에서 하는 실내 스포츠로 개량되어 몸을 구부리는 피로와 시간이 많이 줄었다.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테이블 상판에 녹색 펠트지를 씌웠고 공이 마루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상판 양옆에 나무판자를 붙였다고 한다.
“바우어새는 뉴기니와 후주에 서식하는 새이다. 짝짓기를 위해 꽤 근사한 안식처를 짓는다고 하여 ‘바우어(정자, 나무그늘)’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바우어새의 건축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p.81)” 잔가지와 풀잎을 이용해 긴 터널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지붕을 뾰족한 형태로 짓기도 한다. 부지런한 수컷 바우어새는 집 안팎으로 화려한 장식물을 모아 놓는다. 조개껍데기, 꽃, 딸기류의 열매, 깃털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로부터 병뚜껑, 빨래집게, 동전, 빨대, 유리 조각 등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장식물이 시들거나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계속해서 바꿔준다. 이런 재밌는 특징 때문에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끔 소개하기도 한다.
“우리 눈에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있다. 약 백만 가지의 색과 음영, 빛을 뚜렷하게 구분하도록 돕는 세포이다. 우리가 색감을 구별하고 인식하는 능력자가 되는 비결이 눈에 든 세포의 작용이다.(p.87)”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구의 1%는 네 개의 원추세포를 가진 4색형 색각을 가졌다고 한다. 보통 인간은 눈에 3가지 원추세포가 있어서 빨강, 파랑, 초록을 구별하지만, 네 번째 원추세포가 있으면 더 많은 색체를 분해하고 구별하게 된다. ‘테트라크로맷’이라 불리는 능력인데 이론적으로 1억 가지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가 여권 색을 결정할 때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지침은 없지만, 암묵적인 기준은 존재한다.(p.102)” 캐나다, 미국, 호주, 홍콩처럼 1770년 이후로 탄생한 신생국가는 파란색 여권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동유럽 및 아시아 국가, 특히 1920년 이후 건립된 국가의 경우 빨간색을 주로 사용한다. 초록색은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색이므로 주로 이슬람 국가들이 초록색 여권을 사용한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가 가장 선호했던 색이 자연과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색이었다는 데서 영향을 받았다. 검은색 여권은 소수의 국가가 사용한다. 앙골라, 차드, 뉴질랜드가 검은색 여권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연합 회원국은 자주색을 주로 사용한다.
“클레오파트라, 엘리자베스 1세, 찰스 다윈, 마크 트웨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빨간 머리의 소유자였다. 여러 민족에서 나타나기는 하지만 세계 인구 비율의 2%만이 적갈색 머리를 가진다. 그중 빨간 머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이고 전체 인구의 10-13%에 달한다.(p.130)” 슬프게도 역사는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냉정했다. 중세 시대에는 빨간색 머리가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며 이들을 마녀라고 낙인찍었다. 스페인 종교 재판에서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유대인으로 간주하여 모진 박해를 가했다. 지금도 빨간 머리에 대한 선입견으로 ‘고집불통’, ‘겁쟁이’, ‘당근머리’, ‘성냥개비’, ‘빨간 머리의 괴물’등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불린다. 붉은빛이 도는 금발이든, 짙은 적갈색이든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상당히 신비롭고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연구에 따르면 머리카락이 빨간 사람들은 피부에서 좋은 향기(달콤한 머스크향)가 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얀색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는 1840년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사촌 알버트 대공과 결혼식을 올린 해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결혼식에 오렌지꽃 장식과 레이스가 달린 하얀색 공단 드레스를 입었다.(p.148)” 바닥에 끌리는 5.5미터의 긴 드레스 자락은 물론, 결혼식 날 착용한 신발도 흰색이었다. 사람들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왕의 모습에 열광했고, 오래지 않아 전 세계에 하얀 웨딩드레스 열풍이 불었다. 이 열품은 변함없이 이어져 오늘날까지도 결혼을 상징하는 드레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나온 카푸친 수도사에서 비롯된다. 이들로 구성된 ‘카푸친 작은 형제회’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갈색 천을 기부 받아 수도복을 제작했다. 등까지 내려오는 길고 끝이 뾰족한 ‘카푸치’두건은 멀리서도 카푸친 수도사를 알아볼 수 있게 됐다.(p.177)” 우유를 넣은 에스프레소의 모습이 카푸친 수도사들이 입는 수도복의 색깔과 비슷하다 하여 ‘카푸치노’라는 말이 유래했다. 소박한 생활을 했던 이탈리아 신앙 공동체의 의복이, 상위계층이 즐기던 커피하우스의 음료의 이름에 영향을 주었다니 그 흐름이 역석적인 것 같다.
“안정성이 보장되어 투자가치를 인정받은 주식이나 업종, 회사를 ‘블루칩’일라 표현한다. 1920년대 다우존스 직원이 주당 200달러에서 250달러로 거래되는 주식을 두고 ‘이 블루칩 주식을 설명해보겠다.’라고 말한 시점부터 이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p.210)” 원래는 포커 게임에서 돈 대신 사용하는 ‘작은 칩(토큰)’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초기 포커 게임에서 흰색 칩은 1달러, 빨간색 칩은 5달러, 파란색 칩은 가장 고가로 25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파란색은 오래전부터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인식되었다. p.210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