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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도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크 지음/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2007

sanbaram

 

<죽음의 수용소에서>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정신 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자서전적인 에세이집이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부모, 형제, 아내를 모두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잃었고, 그 자신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추위와 굶주림, 폭행 그리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의지를 되새기며 마침내 살아남았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1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에서는 저자가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술회한다. ‘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분석해 정신 치료 기법인 로고테라피를 정립한다. 그리고 ‘3부 비극 속에서의 낙관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며 읽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1.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

강제 수용소에서는 체념상태가 아침 다섯 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물론 밖으로 일하러 나가는 것도 거부하고, 대신 막사에 남아 똥과 오줌에 절은 짚더미 위에 누워 있기를 고집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p.222)” 이럴 경우 아무것도 그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경고도 협박도 소용이 없다. 그런 다음에 아주 전형적인 행동을 한다. 주머니 깊숙이 감추어두었던 담배를 꺼낸 다음 그것을 피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그가 앞으로 48시간 안에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없어지고, 순간적인 쾌락의 추구가 뒤를 잇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잔혹한 폭력을 일삼고 도둑질을 하는 건 물론, 심지어 친구까지 팔아넘겼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수많은 수감자가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기록해 놓은 자료를 조사해 보면, 수용소 생활에 대한 수감자의 심리 반응이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수용소에 들어온 직후이며, 두 번째 단계는 틀에 박힌 수용소 일과에 적응했을 무렵, 세 번째 단계는 석방돼 자유를 얻은 후의 일이라고 한다.

 

첫 번째 단계의 특징적인 징후는 충격이다. 아우슈비츠 수감자들은 첫 번째 단계에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인간이 더는 어느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 정서와 감정의 둔화를 의미하는 무감각은 수용자들이 보이는 정서적 반응의 두 번째 단계에서 나타나는 징후이다. 수감자들은 마침내 매일같이 반복되는 구타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진다. 이런 무감각을 수단으로 삼아 사람들은 곧 주위에 꼭 필요한 보호막을 쌓기에 이른다. 무감각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이 불확실하면 오로지 한 가지 과제에 모든 노력과 감정이 모아진다. 즉 내 생명과 친구의 생명을 보존하겠다는 과제이다.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P.120)”라고 말한다. 수용소 체험을 통해 저자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인 독립과 영적인 자취를 간직할 수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인간 존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련 속에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인간의 영혼을 파헤치고, 그 영혼의 깊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인간성에서도 선과 악의 혼합이라는 인간 본연의 특성이 발견된다는 점이다.(p.152)” 모든 인간을 관통하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단층은 아주 심오한 곳까지 이르러 인간성의 바닥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강제수용소라는 곳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육체는 마음보다 거부감이 적은 법이다. 육체는 처음부터 새롭게 얻은 이 자유를 잘 활용했다. 드디어 우리 육체가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몇 시간 동안, 며칠 동안, 그리고 심지어는 한밤중에도 먹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그러면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제 이 세상에서 신()이외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2. 로코테라피의 기본 개념

로코테라피는 환자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미래에 환자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갖고 있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이다.(p.167)” 동시에 로고테라피는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데 아주 커다란 역할을 하는 악순환형성과 송환기재를 약화시킨다. 그렇게 해서 정신질환 환자에게 전형적인 자기집중증상이 발생하고 심화되는 것을 막는다. 로고스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로고테라피혹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 빈 제3정신의학파로 불리는 이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의 초점을 맞춘 이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로고테라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보고 있다.(p.167)” 저자가 로고테라피를 프로이트 학파가 중점을 두고 있는 쾌락주의 원칙이나, 아드리안 학파에서 우월하려는 욕구로 불리는 권력에의 추구와 대비를 시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p.176)”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성이 아니라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말하자면 한쪽 극에는 실현되어야 할 의미가, 그리고 다른 극에는 그 의미를 실현시켜야 할 인간이 있는 자기장 안의 실존적 역동성이라고 한다.

 

삶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포괄적인 삶의 의미가 아니라 어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이 갖고 있는 고유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p.180)” 삶의 의미란 끊임없이 변하지만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리고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대토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삶이 일회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일회성이 우리의 책임 아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p.198)”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일회적인 이런 잠재 가능성을 우리가 어떻게 실현 시키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수많은 현재의 가능성 중에서 끊임없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을 무위로 돌리고, 어떤 것을 실현시킬까? 언제나 인간은 좋든 싫든 자기 존재의 기념비가 될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저자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장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3. 비극 속에서의 낙관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p.221)” 사람이 일단 의미를 찾는데 성공하면, 그것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도 준다. 저자는 나이든 사람을 불쌍하게 여길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한다. 나이든 사람에게 미래도 없고, 기회도 없지만 그들은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 대신 과거 속에 실체, 즉 그들이 실현시켰던 잠재적 가능성들, 그들이 성취했던 의미들, 그들이 깨달았던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이 자산들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통해 나이든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현재의 고통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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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goodchung

    오래전에 이 책 읽고 감동해 여기저기 소개하던 기억이 납니다.

    2022.11.21 19: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감사합니다.

      2022.11.21 20:31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그동안 여러 이웃님들의 리뷰로 만난 책이지만 저자가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처참한 삶의 이겨내고 정신 치료 기법인 로코테라피를 정립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산바람님.

    2022.11.21 20: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추억책방님 감사합니다.

      2022.11.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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