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기술
아키타 마사코/이연식
까치글방/2020.9.15.
요즘은 갤러리나 박물관 등이 많아져서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림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는 기술>은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여섯 가지 기준으로 명화를 감상하는 과정을 하나씩 설명한다. 시각적 읽기, 초점, 경로를 찾는 기술, 균형, 물감의 색, 구조와 비례, 통일감이 그것이다. 그림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지, 균형이 좋다는 말의 뜻을 찾아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그림 속에 숨은 ‘선’이라고 하는 저자 아사코 마사코는 2002년 텍사스 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매소포타미아 미술을 전공하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부터 사회인 학습의 장인 ‘고지마치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보는 기술을 배우자!”라는 강좌를 부정기적으로 개최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의 서장에서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표면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선, 형태, 색 등의 조형에서 보아야 할 포인트를 잡고, 그 배치와 구조를 보는 것(p.18)”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이나 화가에 대해서 아는 것도 중요하나, 그 전에 관찰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관찰을 통해 그림의 눈에 띄는 부분과 배경의 연관성을 의식하며보고, 윤곽선의 유무나 눈에 띄는 색 등 조형적 요소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의 감상에 대한 이론을 이해하고 실기를 통해 익히는 과정을 설명한다. 제1장에서는 그림 속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제2장은 그림을 보는 순서를 나타내는 “경로”를 찾아본다. 제3장은 명화에서 균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제4장에서는 물감에 대해 생각해보고, “색”의 작용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제5장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화면 속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제6장에서는 “표면적인 특징”과 “구조”를 나누어 생각해본다. 이 방법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만의 그림을 보는 방법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초점을 찾는데 “명암의 대조는 많은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단서이지만 이것으로 모든 그림의 초점을 잡아낼 수는 없다. 그럴 때에 도움이 되는 단서가 따로 있다. 바로 눈길을 유도하는 선을 찾아 다라 가는 것이다.(p.48)” 중요한 지점으로 눈길을 유도하는 선을 “리딩 라인”이라고 한다. 그라데이션이나 필치로도 선처럼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 이런 수법의 그라데이션은 렘브란트가, 필치는 반 고흐가 대표적이라고 말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초점이 뚜렷하고 명확한 그림의 대표적 예입니다. 그리스도는 중앙에 앉아,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바로 뒤는 창문이기 때문에 명암의 대조도 다른 곳보다도 뚜렷합니다.(p.83)” 화면의 중심이 지닌 인력이 가장 강하다. 그러나 그 다음으로는 모서리가 주의를 끈다. 앞에 있는 물건이 사각형인지 삼각형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시선은 중심에서 벗어나 모서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쪽으로 빨려들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화면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나 화가의 입장에서는 관객이 그림을 구석구석까지 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서리를 회피하는 묘사가 나온다.
그림에는 기둥이 되는 선이 있는데 이를 “구조선”이라고 부릅니다. 점토로 빚은 조각상에 빗대면 “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점토로 덮으면 심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완성된 그림에서 구조선은 윤곽선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구조선은 그림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은 선 자체에서 특정한 느낌을 받고 그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로선을 가로선으로 지지한 십자 형태의 리니어 스킴은 무척 안정적이어서 단단한 인상을 풍기며, “고전적인”그림들은 대부분 이런 구조를 취한다. 세로선을 대각선으로 지지하면, 형태로서는 삼각형이 된다. 끝으로 갈수록 넓어지며 듬직하게 안정되기 때문에 매우 자주 사용되며, 이것도 또한 고전적이라고 불린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심리학자로서 회화에서의 균형이라는 문제에 몰두했던 아른하임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균형이 잡혀 있는 상태라는 것은 부분적이거나, 혹은 순간적일 뿐이고,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 속에 있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것은 그런 가운데 균형이 잡힌, 찰라의 이상적인 순간을 그림 속에 조직화하려는 시도이다.(p.168)” 그저 균형을 잡는 것은 그림의 목적이 아니며, 균형을 잡는 방법은 무수히 많은데,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는지에 그림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명암의 스킴을 볼 수 있게 되면 화가가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서 활용했던 효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p.199)” 화가는 단순히 색감뿐만 아니라 명암이라는 관점에서도 화면을 조정한다. 선명한 색채의 효과로는, 고급스러운 느낌 이외에도 원색 특유의 단호하고 이지적인 느낌도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채도가 있어도 명도가 낮아져서 짙고 어두운 색이 되면 묵직하고 삭막한 인상을 준다. 파스텔 컬러를 비롯한 옅은 색은 값싼 느낌을 주며, 인상주의 회화와 같이 부드럽고 밝은, 봄과 같은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회색이 섞여 채도가 낮은 색은 덧없고 쓸쓸한 가을과 같은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풍경화에도 정석이 있습니다. 바로 전경에 시선이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하는 요소를 두고, 이를 후경에서 오른편 위쪽을 향하거나 오른편 아래쪽을 향하는 대각선과 연결하고, 중경에 중요한 것을 두는 것입니다.(p.235)” 바다를 그리든 언덕을 그리든 간에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 명화에서는 왜 등분할을 사용할까? 거장들은 화면 전체와 각 부분을 조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십자선에서 시작해서 이등분, 사등분으로 화면을 규칙적으로 나눠 나가면, 화면에 같은 비율의 형태가 반복되기 때문에 관객은 그림에서 조화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삼분의 일의 법칙은 디자인이나 사진 관련 서적을 보면 반드시 나오는데, 화면을 가로세로로 삼분할하고 그 분할선이나 선의 교차점에 중요한 것이 오도록 하면 좋은 작품이 된다는 규칙이다. 등분할 패턴 중에서 “삼분할”만이 오늘날까지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회화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읽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p.333)” 이를 통해서 그저 그림을 읽는 데에 그치지 않고 명화가 어째서 뛰어난지를 감각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명화가 왜 명화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킴 : 그림의 구성을 요소마다 나누고, 각각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림에 물으면서 보는 것.
리니어 스킴 : 선들의 관계를 말하며, 그림의 구조를 선의 모델로 파악하는 방식.
스푸마토 : 윤관선을 뿌옇게 흐리는 기법으로 레오나르도가 모나리자 등에 사용함.
스토퍼 : 그림의 가장자리에서 시선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놓여 있는 사물이나 인물.
구조선 : 그림에서 기둥이 되는 선.
그림의 종류 : 안료를 녹이는 재료(미디엄)에 따라서 그림의 종류가 나뉜다.
미디엄이 기름이면 유화, 아교로 녹이면 일본화, 계란으로 녹이면 템페라,
회벽에 칠하면 프레스코. 수채화는 물로 녹이는 것이 아니라 아라비아 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