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산 이유는 사은품 때문이다. 시간이 나면 예스24를 둘러보곤 하는데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조그만 자를 준다고 혹해서 샀다. 산 지가 몇 달은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그렇게 짧은 페이지가 아닌데도 엄청 빨리 읽힌다. 고속도로에서 엑셀레이터를 꽈악 누르고 달린 듯 순식간에 읽어치웠다. 고로 신나고 재밌다는 말이다.
저자 마에카와 도모히로는 연극연출가로 극단 '이키우메'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SF와 호러문학을 창작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도 초청받았다.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 책에 흥미가 있는 분들은 읽지 마세요-외계인 이야기랍니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작은 항구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할머니가 아들과 며느리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취재하러 프리랜서 르포 작가인 사쿠라이가 도쿄에서 오고 나루미는 남편 신지가 사라져서 걱정이다.
경찰서에서 남편 신지가 병원에 있다는 전화를 받은 나루미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신지를 만나러 가는데 신지는 예전의 남편이 아니다. 신지는 나루미에게 자기의 가이드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사쿠라이는 살인 사건 현장에 갔다가 아마노를 만나게 되고 그의 가이드가 된다. 신지와 아마노는 외계인으로 지구인의 몸에 침투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임무는 지구인이 생각하는 개념을 수집하는 것이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설정은 많이 있었지만 외계인이 지구인에게서 뺏으려고 한 것이 개념이라는 것은 참 기발한 발상이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들에게서 어떤 개념을 빼앗으면 그 사람은 영영 그 개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개념을 빼앗긴 사람들은 비정상이 되어버리고 마을에는 그런 사람들로 넘쳐난다. 신지는 거의 대부분의 개념들을 수집하지만 사랑은 수집하지 못한다.
아예 다른 사람이지만 신지를 사랑하게된 나루미는 가장 중요한 개념인 사랑을 신지에게 주는데 사랑을 줘버린 나루미는 파괴되고 마는 걸까? 그 사랑을 받은 신지는 이제 우주 먼 곳으로 돌아가는 걸까?
음 책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책으로 확인하시기를
나의 눈길 머무는 곳곳마다 책이 있다. 주간지, 격월지, 책들.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책들 중에서 선택한 책, 음 이 책을 산 건 성공이었고 지금 읽기로 한 게 잘한 결정이었다.
간혹 이렇게 빨리 읽히고 신선하고 재밌는 책도 필요하다.
블스 원샷같은, 책 읽는 엔진에 힘을 주는 책들..
일본은 다양한 책이 많다. 미울 때가 많은 나라지만 그런 다양성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