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쉬지 않고 쓴다.
아버지와 같이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이야기
그의 글은 소설, 에세이, 어떤 형태이든 집중하게 만든다.
담담한데 마음을 흔든다.
세월을 벼려 단단해진 글이 마음을 뚫는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 세대의 공기를 숨쉬며 그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의 경향안에서 성장해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되고 싶은 것이 되지 못한,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으른 나에게 하루키의 말은 위로다. 못하고 안했던 이유가 오직 게으름뿐이지만 그가 말한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의 영향 하에서 범위 내에서 범주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자연의 섭리라는 말이 나의 핑계에 맞춤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책은 위로다. 휴식이다. 살아가는 양식이다.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조그만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 살아가면 된다.
살아갈수록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데
날마다 읽을 책이 있어 날마다 책을 읽어서
내가 나로 살게끔, 나를 뒤돌아보게끔,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 같다.
웬만한 신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