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갑자기,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베스트 셀러를 검색하러 들어왔다. 트렌드 코리아 2022 가 1등이다. 이 책이 1등인 건 벌써 한 해가 끝을 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집처럼 편안했던 이 곳을 멀리 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 여전히 같은 일을 하면서 날을 보내고 있지만, 가장 중요했던 일상을 잃어버렸다.
벌써 가을이다. 아니 가을이 한창이다. 또는 깊어가는 가을이다. 나뭇잎을 보면 아름답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랄까. 한참 머물러서 나무잎들을 본다. 다홍, 빨강 빛깔의 단풍잎을 보기만 해도 그냥 행복하다.
현실과 괴리된 행복이면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단풍 하나에도 행복해지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이 든다. 곧 올해의 끝이다. 겨울이 오면 하얀 눈에 행복을 느끼겠지.
오늘 아침 출근 길은 안개가 자욱했다. 한참 후까지 걷히지 않았는데 어느새인가 걷혔다. 안개처럼 막막한 날들도 언젠가는 끝난다. 걷힐 것이다. 그렇다. 세상의 이치는 어쩌면 참 단순하다.
막막한 날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같이 아파하는 공감력 있는 사람이, 사회 변화를 위해 연대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나의 바램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꼭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에 힘들게 버텨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사회, 문화가 있었으면, 되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그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우리 곁에 불현듯 다가오기를 나는 여전히 꿈꾼다. 불가능한 희망일까?
양 극단으로 치닫는 사람들에게 설득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돈이 없어 죄를 짓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제도를 또는 살아가는 곳을 만드는 사람이 나오기를, 부디, 이것이 나의 희망사항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부터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니 노력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