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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도서] 특이점

김소연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6년, 서점을 지나치다 우연히 페드로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을 집어 든 이후 기계가 문제를 학습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탐색하는 머신러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입력에 따른, 일정한 패턴을 갖는 결과만을 산출하는 단순한 동작에서 나아가,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종국에는 인간보다 뛰어난 사고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리라 여겨지는 기계가 단지 상상이 아니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전에도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여 세계를 지배하거나 재편하는 내용을 담은 SF 소설이나 영화가 많았으나, 그러한 것들이 현실 가까이 다가온 지금 사람들은 두려움 혹은 기대감을 담아 '특이점'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재 마주하는 인조적인 인공지능이 태초부터 지구의 자연에서 태어나 진화의 길을 걸어온 생명체와 닮아가려면 갈 길이 멀다. 그렇기에 아직은 특이점이 도래할 시기가 멀게만 느껴지고, 정말 변화의 시점이 온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너무나 궁금한데, 마침 그러한 혁명을 소재로 한 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라니. 서평단 모집 댓글에 SF를 사랑했던 이력을 구구절절이 써 내려갔다.

 

 

  김소연 작가의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세상에 몰고 올 변화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흥미롭고 섬세한 상상력으로 엮어냈다. 로봇이 학교의 선생님을 도맡게 되었음에도 사람이 교사로서 일할 수 있는 영역이 여전히 남아 있고, 가속화되는 지구의 환경파괴에 대한 대안으로 항공 운행 대신 느린 항해가 권장되어 지금보다 한결 느려진 세상이 등장하며, 과학 소설 하면 빠지지 않는 타임머신이 역사적인 물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기술로 둔갑해 색다르게 등장한다.

 

  그의 이야기는 기술적인 상상력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이야기에는 독자들이 맞닿아 있는 현실의 고민이나 문제가 녹아들어 있어, 먼 미래의 기술과 생활이 자연스레 서술되더라도 우리는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게 된다.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수치화된 미래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감정을 수치화하는 것은 실패하기 쉬운 구멍투성이의 과제라는 것이 드러나거나, 또는 인간이 갖는 유구한 편견의 역사가 오류 없는 사실의 역사를 덮어버리는 문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시되기도 한다. 네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성도, 더하여 속도감 있게 나아가는 세계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떠올리고 곱씹게 만들어 우리의 상상 세계가 한결 넓어지는 경험을 선물한다.

 

  다만 네 편의 주제가 기존 SF적 상상에서 빈번히 나왔던 의문과 플롯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아 살짝 아쉬웠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에 대한 서술과 미래의 세계가 촘촘하지 않은 느낌이다. 최근 SF라는 장르가 단순히 상상력이 가미된 기술만의 나열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내용과 결합하여 독자에게 더 섬세하게 다가가는 추세를 띠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세계의 뼈대를 구성하는 과학 기술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작가가 펼치는 세계 속에 빠져들어 이야기를 오래 음미할 수 있는 법그렇기에 특이점이 온 미래를 구체적으로 낱낱이 파헤치고자 하는 독자들보다는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을 가볍게 상상해 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특이점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미래로 분기할 수 있다. 단순히 로봇이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어 인간과 구분할 수 없어지거나,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거나 하는 두루뭉술한 서술에서 더 나아가 어떠한 수많은 갈림길이 나타나게 될지를 그려보려는 시도가 더욱 늘어야 한다. 김소연 작가의 [특이점]은 그러한 상상이 물꼬를 틀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툭, 건드린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인간은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생물이기에 특이점이 아주 조금씩, 가랑비 젖듯 다가오다 어느 순간 도래해도 그 기점을 알아채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미세한 변화를 눈으로 좇기 위해 나는 오늘도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여러 갈래의 상상을 뿜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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