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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도서] 소마

채사장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소마>라는 책은 김초엽 작가의 <므레모사>를 샀을 때 따라온 코멘터리 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작은 책이 <므레모사>의 내용을 담고 있는 줄 알고 신나서 펼쳤는데, 영문 모를 '소마'라는 이름과 죽음에 관련된 글들이 죽 나오는 바람에 당황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떨쳐낼 수가 없어, 느지막이 선물받아 읽어보게 되었다.

 

  감상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작가의 문장력이 매우 뛰어나고 서사를 쌓고 풀어내는 기술이 대단하다. 채사장이라는 이름은 <소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가 쓴 글이 왜 유명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는 필력이었다. 그러나 글의 가치는 문장의 유려함보다도 인물과 서사의 진정성, 공감 가능성에 있다. 소마에게서 세상이 찢어지고 달려나가 결국 정교하게 매듭지어지는 글의 구성은 아주 매력적이었으나, 정작 '소마'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었는가 하면, 아니었다.

 

  한 인간의 삶을 통해 고통과 고난, 극복과 번성, 쇠락과 죽음을 그려내고자 할 때, 그 기나긴 여정이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다. 시작이 순수했더라도 살아있는 모든 것이 멈추었다 가는 넓은 세상에서 본래의 뜻을 영원히 간직한 채 살아가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증오했던 대상의 모습을 닮아가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던 어떤 기억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소마'가 한순간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과거의 총기를 잃었기 때문에 매력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작가가 소마에게 담고자 했던 자아의 집합이 어느 순간 독자인 나를 벗어나 내가 공감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았기 때문에, 나는 이야기가 자극적이어서 책을 놓지 못했을지언정 이야기에 매혹되어 책을 놓지 못한 것은 아니게 되었던 것이다.

 

  이오페에게 이르러서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은 물론, 미련이나 연민도 그다지 남지 않았다. 영웅의 자질을 지닌 남성의 곁에 서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토대를 부어주고 그들의 각성을 위한 재료가 되어 사라지는 여자들은 모습과 성격만 조금씩 바뀔 뿐 동일한 모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오페가 눈이 먼 여성이란 설정을 가졌다는 것을 읽고서는, 최근 읽었던 김초엽, 김원영 저의 <사이보그가 되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눈이 먼 어린 여성 - 가녀리고, 약할 것이 뻔하게 묘사된, 아주 젊고 아름다운 -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통해 소마의 안식과 소망이 피어나는 모습은, 대상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약자에 투영한 얄팍한 연민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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