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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도서]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평범하고 잔잔한 에세이. 그러나 혼자서도 괜찮게 사는 여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너무나 소중한 내용들. '여자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을 지나면 꺾인다'라는 말이 헛소리임이 판명 난지는 꽤나 오래되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헛소리에 겁을 먹고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곤 한다. 그런 말들을 실제로 무시하려면, 사회가 말하는 '전성기'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여자들이 목소리를 내어 나 이렇게 살고 있다, 너무나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인생이다, 하며 외쳐야 한다. 염색체 하나가 바뀐다고 나이가 들었을 때 사는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은가. 정말 부조리한 건 여자를 혼자 살 수 없도록 고립시키고 가스라이팅 하는 이 사회가 아닐까. 비혼이라는 것을 유별난 행동, 치기 어린 한때의 발언 정도로만 여기고 끊임없이 가부장제 사회의 쳇바퀴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이 사회가, 정말로 유별난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곽정은의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이 든 여자로 홀로서기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거짓 없이 보여주는 좋은 이야기이다. 혼자라는 상태에 놓이는 것을 상상할 때 사람들은 외로움을 가장 큰 두려움으로 꼽곤 하지만, 실제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는 혼자여서 겪을 수 있는 외로움이 존재하기는 하나, 오히려 그 외로움의 본질을 마주하고 잘 공생할 수 있도록, 혹은 이겨나갈 수 있도록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남긴다. 그러한 외로움이 꼭 누군가를 만나 함께하는 평생을 약속해야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공허함을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채우면 마음이 훨씬 풍족해진다는 것을. 이와 비슷하지만 커리어적 경험담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로는 하말넘많의 <따님이 기가 세요>나 허휘수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가 있다. 함께 읽으면 힘이 솟는, 가볍고 좋은 책이다.

 

  특히 혼자 가는 여행과 혼자 배우는 취미 생활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다가올 중노년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생각해 보라, 미래에 부양할 가족과 교육비, 그리고 생활비에 대한 걱정을 없앤 것만으로도, 빠듯해 보이는 월급이 어느 정도 넉넉해 보인다. 그렇게 얻은 여유로 살아보고 싶었던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나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재미난 여행을 계획하거나, 취미 생활을 위한 도구를 뻔쩍뻔쩍하게 장만해서 자기만족을 채운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혼자라는 상태를 지레 두려워하는 대신, 자유를 기반으로 한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상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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