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티미아'라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소년이 우연히 만난, 그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한 소년과 인생의 일부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소설. 정말 청소년 성장 소설이란 장르에 걸맞게, 주인공의 성격와 성장이 명확하고, 주인공이 변화하는 계기도 매력적인 인물들과 엮여 있다. 전체적인 플롯은 재미있으나 인물이나 상황이 약간 작위적/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 몇몇 사건을 과장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분위기인 것 같다. 한 소녀의 존재가 단순히 사랑의 깨우침을 위한 도구로 쓰인 부분도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일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부분은 멋있다. 다 자라 버린, 그래서 다소 단순한 시선을 가지게 된 성인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심스레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보여서. 인물의 내면이 사실은 얼음장처럼 아슬아슬한 겉껍질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는 것과, 그러한 부분을 은근히 드러내는 여러 장면들까지 전부 세심했다. 얇은 장면장면이 탄탄히 쌓여나가, 소설의 끝에서는 작가가 던진 질문, '과연 그들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말에 따뜻한 답을 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이야기의 끝자락에 잠깐 등장하는데, 인간성에서 가장 멀다고 여겨지던 인물이 인간성의 허점에 대해 짚는 부분으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비겁하게 혹은 잔인하게 외면하는 여러 부조리한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 소년의 성장도 중요한 이벤트이겠지만, 이 말이 무엇보다도 독자들에게 와서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_24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