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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도서] 작별인사

김영하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시험 기간이라 엄두도 못 냈다가 좋은 후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충동적으로 방문한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을 만났다. 김영하 작가는 영화 관련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알았다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이동진과 김중혁의 영화당에 출연한 김중혁 작가를 착각했나 보다(얼핏 보면 비슷하게 보인다). 그렇게 착각 속에서 영화 평론 쪽으로도 박학다식한 작가라고 생각했고, 해당 콘텐츠에서 인상 깊은 대사를 많이 남겼기 때문에 그의 책은 어떨까 싶어 구매했다. 사기 전에 많이 고민했는데, 슬쩍 흝어보니 SF 분야인 것 같아서 흥미가 생긴 것도 있다. 그런데 뒤에서 말하겠지만, 책을 훑어본 그 짧은 시간 동안 책의 내용을 대략적으로나마 예측할 수 있었던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책은 꽤 두꺼운데도 전개의 호흡이 짧아 금방 읽었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사회의 극단을 그리는 영화나 책을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영화 <매트릭스(1999)>가 있고, 퀀틱 드림이 개발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도 있다. 서로 다른 종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공존한다면, 특히 한 종이 다른 한 종에 의해 태어났다면, 그 끝은 항상 파멸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대부분의 상상은 인간이 기계의 지배에 대항하거나 기계가 인간을 절멸하고 세상이 황폐해지는 쪽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콘텐츠를 소비하는 쪽은 인간이기에 대부분은 인간이 대항자의 위치를 갖는다.

 

  그렇게 되면, 보통의 기계는 인간을 지구에 해가 되는 해충쯤으로 여기고 청소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작별인사>는 그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멸종을 이야기한다. 기계들이 꾸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공동체는 무한한 수명을 가지고 있기에 끝을 그저 기다린다는 점이 그동안 등장했던 극단적인 파괴주의자 로봇들보다 현실적으로 보인다. 다양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변화와 결말 또한 근거가 탄탄했고, 인간다움을 향하지만 기계일 수밖에 없는 휴머노이드가 떠올리는 의문과 선택도 과하게 인간답지도, 과하게 기계 같지도 않아 그럴듯했다. 결국 주인공의 세상이 깨지며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의 결말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읽으며 마치 일대기를 마주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비슷한 성장 소설 부류인 채사장의 <소마>보다 훨씬 인간 다웠다(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 수 있다).

 

 

  다만 전개가 뻔하다는 점이 아쉽다(책을 살짝 훑어본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반전과 전개를 예측할 수 있었는데, 관심 있는 분야임을 알게 되어 책을 구매하게 되었지만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계와 인간의 갈등이라는 플롯 속에서 다양한 등장인물과 공동체를 등장시키고 변화를 주고자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구성과 대립 구도였다. 처음에는 호흡이 짧아 지루하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등장인물의 일대기를 표현하기에는 짧은 분량이었다고도 생각한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두고 주고받는 여러 질문이 그저 문장과 문장의 교환, 즉 짧은 대화로만 마무리되는 부분도 아쉽다. 두 종족의 갈등 상황을 풀어나갈 이해를 더 길게 늘어뜨려 읽는 이의 마음에 녹아들 충분한 시간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인간과 기계의 대립에서 중간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느리고 잔잔하게 그려낸 점은 높이 사고 싶다. 과연 기계가 모든 것의 기반이 된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우리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작별 인사를 통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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