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책상 위에 이 책이 놓여 있었다. 나를 위해 사 둔 선물인가 싶어서 엄마한테 물어보니, 친구들이 재밌다고 해서 사 읽어본 책인데 너는 어떨지 궁금해서 놔두었다고 한다. 작년에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읽은 베스트셀러지만, 뻔하고 평범해서 별로였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반골 기질이 있는 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엄마의 평이 어느 정도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읽어 봐야 안다. 그래서 책을 펼쳤다. 책의 제목이 나를 이끌었다기보단 책의 명성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 셈이다. 결국 처음 책을 펼칠 때부터 덮을 때까지 정확히 일주일이라는 꽤 긴 시간이 걸렸으나, 이야기가 끝날 즈음 왜 베스트셀러로 비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은퇴한 정교사 할머니가 차린 ALWAYS 편의점 하나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저마다의 삶의 애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연한 발걸음으로 편의점에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플롯은 무척 평범하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각종 사회 문제를 차용했으면서도 그렇게 현실적이지 않다. 의료계에서 비일비재한 고스트 닥터의 문제, 꿈을 좇는 대신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청년들, 가족 간의 단절과 불화 등.
이러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왜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책을 읽으며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들은 이렇게 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힘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세상의 관심에서 금방 지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우리 곁에 항상 있지만 그렇게 중요히 여기지 않는 공간, 누구나 오갈 수 있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가장 골머리 썩는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이야기의 끝을 볼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소중한 잠을 조금 줄여서라도 결말을 빠르게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첫 절반까지 읽고는 한참을 덮어 두다가 오늘에서야 결말을 봤다. 읽다가 한참 뒤에야 잡는 책은 의무감에 꾸역꾸역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신기하게도 그런 억지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그러니까 참 애매한 책이다.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재미는 없는데, 또 재미없냐고 묻는다면 선뜻 맞다는 대답은 잘 안 나오는 그런 느낌. 아, 그래, 뻔하긴 해도 세상엔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지, 하는 감상이 정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