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라 여겨지는 옷과 먹을 것과 공간 중 코로나의 여파를 가장 크게 겪은 분야는 단연코 공간이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했고, 긴밀한 면대면 접촉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사회의 많은 요소가 큰 타격을 받았다. 유현준 작가의 [공간의 미래]는 그러한 변화로 인해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종교적 공간, 학습 공간, 그리고 업무 공간 등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적 공간이 점점 파편화되어가는 상황을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의 물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대안을 함께 제시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남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이는 우리 유전자 깊숙이 새겨진 본능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눈을 감은 채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간의 미래]에서 이러한 위기 - 전염병으로 인해 공간이 해체되는 - 를 과감한 기회로 삼아 지금껏 겨우 버텨 온 구시대적 사회 구조를 새로이 바꾸자고 한 것처럼, 우리는 코로나가 찢어 만든 틈을 비집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이 책이 제시한 비전을 바탕으로 앞으로 내가 살아갈 도시를 그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개개인의 작은 발코니가 있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열린 집, 지하 도로로 개편된 각종 물류의 이동 덕에 온전히 사람들의 발길로 뒤덮인 지상의 도로, 그리고 획일화되지 않아 개인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건물까지. 이곳이야말로 미래의 도시가 닿아야 할 지점이며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