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도서]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박진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배낭 하나 짊어 메고 끝없이 이어지는 순례길을 걷는 고된 여행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았다. 처음에는 '순례'길이라는 명칭 때문에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길인가 했는데,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본인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 혹은 사색의 여유를 갖고 싶어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흥미가 생겼다. 칠레에서 8박 9일 동안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의 서킷 루트를 걸으며 도시와 동떨어진 자연 속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로움과 여유를 선사하는지 직접 느끼고 나서는 언젠가 꼭 카미노를 걸으러 유럽으로 떠나겠다는 꿈을 그리게 되었다. 그런 내게 순례길의 경험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단비와도 같았다.

 

 

 

  박진은 작가의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는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에서부터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킬로미터 길이의 순례길을 걸으며 소중히 쌓은 그의 추억을 세세히 그려낸다. 그 긴 카미노를 때로는 홀로,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느낀 수많은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기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그와 카미노를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그는 여행을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여행의 매 순간은 행복과 행운, 그리고 우울과 불행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순례길을 걸으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덕에 그의 발자취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글 중간중간 삽입된 순례길의 생생한 풍경 사진도 보기 좋았다. 영상으로 보는 것만큼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한순간의 시간과 풍경을 담았기에 상상의 가지를 뻗어나갈 여유가 있어 오히려 좋았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카미노가 있다는 말처럼, 작가의 카미노와 내가 훗날 경험할 카미노는 다른 풍경을 띠고 있을 테다. 책을 읽는 동안 순례길의 풍경을 따라가며 카미노 여행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는데, 그가 직접 밟은 이 길들이 내가 밟을 시점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그때의 내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그려보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순례길 여행이란 호기심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운 목표였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즉흥적인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과 소통할 때 언어의 장벽이 나를 가로막으리라는 점 등이 내심 두려웠다. 하지만 작가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여행이라는 환경이 주는 에너지가 그러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씻어줄 수 있지 않을까 믿게 된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에 둘러싸여 자신만의 길을 완성하는 이 순례길 여행은 알면 알수록 더욱 끌린다. 나중에 언젠가 스페인 순례길로 훌쩍 떠나게 된다면, 가기 전에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고 가리라. 그 먼 길을 종종 혼자 걸어야 할 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디딘 사람의 기억과 함께라면 덜 외로울 테니.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