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호수의 일

[도서] 호수의 일

이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내 어린시절. 나 역시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엄마와 결코 사이가 좋을 수 없는 이유. 그건 내가 어린 시절 한때, 4남매 중 나만 버려졌다는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6살인지 7살인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가 아프면 나도 같이 아파서 그 당시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외갓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무속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무당일 것이다. 그 무당한테 나를 팔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여기서 말하는 판다는 건 내 사주를 팔아 엄마와 거리를 두라는 의미 같은데(이것도 지금에서야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닐까 하는 짐작이지만) 어릴 적 그 이야기를 듣고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상실감과 허무함을,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무서움이 그 당시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이후 외갓집에서 꽤 오래 살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는 알지 못하는 내 어린 시절의 심리 상태. 그 시절의 나를 알기에 내 아이들만큼은 무서움과 공포 속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입히는 상처.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것에도 자칫 잘못하면 아픔이 된다는 걸 알기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나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더 살피고 살펴야 한다. 아몬드와 유원을 잇는 성장소설이라는 문구에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읽었다.

 

학교에서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할머니 집에서 보낸 호정. 어리지만 그곳에서 피부로 느끼는 원망의 분위기. 다시 부모님과 살게 되면서도 화목한 가족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가족들에게는 냉정하고 쌀쌀하지만 친구들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의 호정이다. 고등학교 1학년. 자신의 반에 전학생 은기가 온다. 그에게는 자신과 같은 뭔가 말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와 가까워지지만 그와 또 다른 소문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처음 시작은 악의였을까? 새로운 전학생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웃고는 있지만, 눈은 웃지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 않는, 가까워질 것 같은데 다시 물러서는 그런 느낌 때문에? 왜 우리는 상대가 말하지 않는데 알려 하고, 그걸 타인에게 말하고 전하려 하는 건지.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세상에 대해, 이 힘든 전쟁 같은 세상에 대해 알아 버린 아이에게 왜 그렇게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건지.

 

상처없이 세상을 동글동글하게 살아갈 힘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게 내가 울 아이들에게 바라는 작은 소망 같은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굉장히 까칠한 딸이었지만 이젠 그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까지 해서 살려고 했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의 상처가 사라진 건 아니다. 아니 영원히 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부여잡는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행복한 쪽으로, 행복해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노력할 뿐. 아이들은 누구나 성장하고 자라게 된다. 마음의 상처가 생기면서 성장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은기가 갖고 있는 상처는 호정에 비해 큰 것일수 있지만 어떤 책에서 그랬던 것 같다. 상처의 크기는 사건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내 상처가 상대에 비해 작을 수 없고, 상대의 상처가 내 것보다 작다고 마음대로 재단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 내 상처가 크니 네가 배려해 줘야 한다는 생각도 아니라는 사실. 마음의 상처 없이 사랑받고 어른이 되면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 아이를 살필 수밖에. 조만간 3월이 되고 4월이 될 것이다. 그럼 우리 곁에 봄이 올 것이다. 우리 마음에도 아이들의 마음에도 봄이 오면 좋겠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사람은 다 어릴 때 상처받기도 하죠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지는 않을 텐데, 거의 자기가 가장 아프다 여기기도 하네요 다른 사람 아픔도 잘 보면 좋겠습니다 자기 아픔만 보지 않아야 그러겠네요


    희선

    2022.02.12 00:1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런 것 같아요. 자신의 아픔만 가장 크게 느끼지요.
      이 책을 보니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내 아이들은 어떨지...

      2022.02.15 20:28
  • 스타블로거 매니짱

    같은 상처를 받아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해요. 객관적인 고통을 10으로 두고, A는 9, B는 5라고 가정하면, A가 B보다 고통이 훨씬커요. 하지만, B가 5인 고통을 받아들일 때, 주관적으로 10으로 느끼면 10이돼버려요. 그래서 상처는 비교가 불가한 듯해요.
    부모는 아이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을 꺼에요. 다만, 아이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안다면......이해가 되게끔 설명을 해준다면, 그런 두려움은 조금이나마 치유되지 싶어요.

    2022.02.12 16:1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습니다. 상처는 비교 불가입니다.
      늘 내 상처가 더 커보이니까요.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엄마인 제 입장이겠죠. 아이들은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참 어려운 부분 같아요. 그나마 아이들이랑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2022.02.15 20:30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상처가 없다는 건 청정지역이라는 얘기겠지요. 시련이 닥치면 이겨내고 견뎌내는 면에서 맷집 차이가 있을텐데...
    상처를 극복해야 더 나아가겠죠. 그게 쉽지 않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꼭 넘어야...어쩌면 내 자신이 오해하는 면이 더 큰 상처일 수도...

    2022.02.12 22:1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소극적인 경우도 많이 봤고요. 상처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그 상처를 잘 극복해서 긍정적으로 변하면 좋은데... 쉽지 않아요

      2022.02.15 20:31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