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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도서]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 하나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그 일의 다른 측면이 더 큰 대형사고로 발전하기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관된, 그래서 우리는 착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무마되고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조그만 틈이 생기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죄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이렇게라도 정신 승리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 돈도 빽도 없는 나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걸까?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다. 부모가 돈이 있고 명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행동이 도덕적이지 못하더라도 아이는 그 모습 자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소녀가 죽었다. 소녀의 장례식에서 아이들은 쑥떡 인다. 소녀가 임신 중절 수술 중 사망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의 아버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소녀의 아버지는 침착한 모습으로 딸의 장례식을 보지만, 속으로는 복수를 꿈꾼다. 소녀는 숨을 거두는 순간 아르키메데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런 말을 남긴 것일까? 소녀의 아버지는 장례식이 끝난 후 소녀와 친했던 아이들 몇 명과 대화를 하며 아이의 아버지를 찾으려 한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독약이 든 도시락을 먹고 학생이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수사하던 중 독약을 먹고 쓰러진 학생의 집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는데..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제일 먼저 살인 동기를 찾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건지. 죽은 소녀의 아버지를 찾고 복수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다. 그러나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해를 입힌 사람이 있고, 그것 때문에 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처음부터 그런 인과 관계를 만들지 않았다면 살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는 것. 똑같이 해줘야만 복수하는 사람 마음이 진정되는 것일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작가의 길로 인도한 전설의 미스터리라고 한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 지금과는 다른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촌스럽거나 거부감 느낄 정도는 아니다. 어느 시대든 사건과 사고는 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치 못 할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죽음만이 사랑을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일까? 또한, 죽음 만이 사건이 해결되는 방법인 걸까? 옆에서 말리면 사랑은 더 불이 붙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은 답답하기도 하다. 아닌 길이라고 생각한 길을 내 아이가 간다면 뜯어말리고 싶겠지. 모든 사건에는 나름의 인과 관계가 있다. 죄를 짓지 않고 조용히 무난하게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인 모양이다. 책을 읽고 생각한다. 나는 잘살고 있는지, 나는 내 아이들에게 괜찮은 부모인지. 뚜렷한 철학을 가진 부모이면 좋겠지만, 나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매일 방황하고 당황한다. 그러면서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간다. 그게 어떤 주제의 책이든,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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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사람이 지금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자기 잘못이 자신이 아닌 자신과 가까운 사람한테 해를 입힐지도 모르죠 사람은 그런 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나쁜 짓 못할 텐데... 좋은 사람은 못 된다 해도 다른 사람을 울리는 일은 안 하는 게 좋아요


    희선

    2023.03.07 02:5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좋은 사람은 못된다 해도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부메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2023.03.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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