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를 좋아하지만, 단편이나 짧은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고민했었다.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장편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했을 테지만 단편은 망설일 수밖에. 그래서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했다. 두 달 가까이 기다린 후 만난 정세랑 작가의 책. 술술 읽히고 내용도 좋다. 하지만 역시. 구매하지 않길 잘했구나.
대략 스무 편 정도의 단편. 기억에 남는 단편은 몇 개 없다. 그 중 하나는 ‘M’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짧은 소설. 어떤 자리에 올라서면 그게 힘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성적인 희롱을 하면서도 그게 부끄럽지 않은 소설가. 그런 사람들은 어떤 곳이든 존재하는 것 같다. 들키면(?) 서로 합의하에 했다고 말하는 사람. 그들에게 합의는 어떤 의미인지. 인격과 실력. 그게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 힘으로 나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있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짧은 소설을 만나면 마음 한구석이 허하다. 계속 반복되어 일어나니까.
그리고 하나. ‘스위치’. 스터디에서 말을 무척이나 유려하게 하고 유쾌한 팀원. 그 팀원을 부러워한 아라. 하지만 그 팀원은 아라가 말하는 것을 부러워했다는 사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부러운 사람이 있다는 것. 나도 젊을 때는 타인의 삶을, 타인이 가진 외적인 것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님에도 그들이 가진 능력과 재능이 부러웠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는 시간에, 내 장점으로 열심히 살자는 생각을 했다. 부럽기 시작하면 내가 초라해지니까.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고,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도 고민이 있고, 그 고민으로 삶이 힘들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부러워할 수 있지만, 부러움으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말기.
일이 있어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다. 이런 단편이기에 가는 동안 힘들지 않았다. 무거운 느낌의 책이 아니라서,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역시. 이걸 샀다면 좀 아쉽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짠’ 하게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들은 아니었으니까. 다양한 내용의 단편을 만나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확실히 나는 단편이랑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