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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도서] 기울어진 미술관

이유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예술 작품 속 다양한 이야기. 그 이야기엔 즐거움도 있지만 아픈 현실과 시대적 배경도 있다. 이번에 만난 책은 권력으로 빚어낸 이들의 예술 작품 속 많은 마이너의 이야기다. 내가 예술 관련 책을 읽으면서 많은 그림을 보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모르는 그림이 참 많다. 이번 책도 그렇다. 몰랐던 그림을 만나 좋았고, 그 뒷이야기를 아는 것도 좋았다. 충격(?)적인 것 중 하나. 바로 미켈란젤로가 성소수자라는 사실. 88세의 미켈란젤로. 그는 죽음의 순간 중년 남자 톰마소 데이 카발리에리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눈을 맞췄다. 이 중년 남자는 미켈란젤로의 예술을 위한 영감의 원천. 불멸의 연인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미켈란젤로가 쉰일곱, 톰마소는 스물세 살. 두 사람은 인생을 걸 정도로 몰두했다. 미켈란젤로는 톰마소에게 여러 드로잉 작품을 선물했는데 가니메데스의 납시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당시 미켈란젤로의 동성애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평생 결혼하지 않은 미켈란젤로의 유일한 혈육인 조카 레오나르도는 그의 유산을 물려받았는데 미켈란젤로 사후 60년 후 그의 육필 시가 발견된다. 아름다운 시. 그 연시가 남성에게 바치는 걸 알고 경악했고, 가문의 수치가 될 것 같아 시 속 남성형 대명사를 여성형으로 바꿔 출간했다고 한다. 이 시집이 미켈란젤로를 시인으로서 그 명성을 드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그가 성 소수자였다는 진실은 250년 동안이나 가려버렸다. 유명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가 사랑한 사람이 미소년이었다는 게 놀랍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었던 예술가의 선택 아니겠는가.

 

그림은 작가의 생각이나 고민만 그려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1940년대 미국.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선 여자들이 가사노동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18세에서 39세의 미국 남성이 전쟁에 동원됐다. 전쟁은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중단시켰고 산업 전반에 노동력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그러니 다양한 분야에 여성들을 총동원할 수밖에. ‘가정에서 얌전히 설거지하는 게 미덕이었던 여성들은 리벳공 로지가 되었다. 밀러의 우리는 할 수 있다도 이렇게 탄생한 포스터였던 것. 여성들은 보란 듯이 화답했다고 한다. 700만 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가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 금녀의 구역이었던 산업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오자 여성들은 부엌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포스터나 표어 등.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그런 포스터가 백 마디 말보다 설득력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이 얼마나 큰 정신적 폭력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림이나 예술 작품이 순수하게 그 자체로 빛을 내면 좋겠지만, 다양한 형태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 갑자기 우리나라 산아제한 포스터가 생각난다. 그때는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저출산이 될지 몰랐겠지. 세상 참...

 

프랑스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 마네의 그림 중에 버찌를 든 소년에 등장하는 아이. 이 아이는 밥벌이에 나선 소년이다. 소년은 마네의 일을 돕고 심부름하고, 모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부르주아였던 마네의 화실에 넘쳐났던 설탕과 음료수를 먹고 싶어 이것들을 훔친 것. 마네에게 모질게 야단을 맞은 소년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매 자살한다. 이 소년의 어머니는 슬퍼하기는커녕 아들이 자살할 때 사용한 밧줄을 손에 넣는데, 혈안이 된다. 이게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부르주아였던 마네는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매일 주지는 않아도 가져가 먹을 수 있게 해줬다면 어땠을까? 소년은 미소짓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니 미소가 슬프게 보인다. 어린 소년이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 전선으로 나와야 했던, 소년의 미소가 구슬퍼 보인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자본과 예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권력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이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예술이 더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 그걸 알아가는 이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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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예술은 예술이기만 하면 좋을 텐데, 그걸 정치하는 사람이 이용하기도 하네요 그런 일은 예전부터 있었군요 목숨을 끊은 아이 엄마가 더 심하네요 아이가 죽었는데 밧줄을 가지려고 하다니... 마네가 처음부터 아이한테 잘해줬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희선

    2023.03.09 03:3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삶은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어느 분야든 정치질(?)이 다 필요하니까요. 그걸 못하는 사람들은 빨리 성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안타까워요 그래서

      2023.03.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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