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라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길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다. 스포츠경기를 볼 때, 우리가 이기고 있다면 마지막 추가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15초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여기 기발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이 있다. 15초 후면 죽는다는 공통적인 상황. 이 상황을 관통하는 네 가지 이야기.
‘15초’는 주인공이 총을 맞은 후 죽기 전 15초 시간 동안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리고, ‘이다음에 충격적인 결말이’는 시청자 참여형 추리 퀴즈 드라마 속 엔딩 장면을 보며 추리하는 형식의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15초 후 죽게 되는데 이에 대해 드라마를 보며 추리하는 형식이고 반전의 매력이 있다. ‘불면증’은 15초 후의 교통사고로 죽음이 반복되는 기억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룬 이야기다.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적토도라는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곳 사람들은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는 특수한 체질이고, 머리와 몸이 15초 이상 떨어져 있으면 죽는다는 규칙이 있다. 즉 머리가 떨어져도 15초 동안은 죽지 않는다. 섬에서 나가면 수탈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매년 10월 7일 학수제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학수제 다음날 목이 없는 시체가 발견된다. 신사에서 발견이 목이 없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15초와 죽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제일 마지막 소설이 기억에 남는다. 목과 몸이 분리되는 사람들. 만약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의 몸을 탐(?)한다면, 그 사람의 몸을 가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또한, 태어나 지금까지 내 몸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제는 내 몸이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목과 몸이 분리되는 이 섬의 비밀. 처음 시작은 미약할 수 있겠지만, 나비효과였을까? 하나의 사건으로 인한 여파는 생각보다 컸으니까. 대도시와는 달리 작은 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무작정 비밀일 수 없는 것 같다. 결국엔, 아니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처음부터 비밀 없이 솔직하게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이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목과 몸이 분리 가능하니, 누군가의 몸을 탐할 수도 있고 욕심을 낼 수도 있겠지.
작가는 엘러리퀸의 작품 속, 범인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전, 몇 초 동안 피해자가 다잉 메시지를 남기는 걸 보고 이 작품을 생각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나 서브 주인공이 죽지는 않더라도 총이나 칼에 맞기 전 슬로우비디오처럼 짧은 시간을 길게 늘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15초에 이런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 15초 동안 삶을 계속 연장할 수 있는,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대되는 작가다.
15초. 짧다고 생각해 한 번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15초의 시간을 생각해본 좋은 책 읽기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