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너무 애써 행복해지려고 안 해도 돼. 행복해지겠다고 기를 쓰면 약간의 불행도 용납할 수 없어지니까. 조금은 불행해도 돼. 내 마음처럼 안되는 게 인생인 법이니까. (531)
우린 왜 그렇게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매일 행복할 수 없고 매일 웃을 수 없는데.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생활하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인생이 우울해졌던 건 아닐까? 기를 쓰고 행복해지려니 조금의 불행이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맞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때론 뭐든 흐름에 맡기는 게 살아가는 방법일 지도. 우린 모두 그런 것 같다. 스스로 자전하면서 공전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도쿄, 패션 매장에서 일하던 32세 미야코는 엄마가 갱년기 장애를 앓게 되면서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 인근 쇼핑몰에서 일을 시작한 미야코는 그곳 다른 파트에서 일하던 간이치를 만난다. 미야코보다는 어리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좋다. 하지만 그는 중졸에 이렇다 할 직업이나 돈이 없는 것 같다. 부모님이 아프시면서 외동딸인 미야코는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간이치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간이치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다. 미야코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내가 미야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렇지 않게 간이치를 선택(?)하는 용기가 있을까? 자신에게 맞는, 행복은 그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미야코는 그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부모님의 반대와 친구들의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되는 사람과의 비교도 미야코를 힘들게 한다. 이 사람을 선택한다고 해서 결혼 후 매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수 있는 것인지. 만약 내가 부모라면 미야코를 말렸을 것이다. 무조건. 그리고 결국엔 졌을 것이다.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게 보이더라도 결국엔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을 테니까.
인생의 모든 순간은 복불복이다. 지인의 언니는 남편이 학벌 좋고 회사도 짱짱한 곳에 입사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둔 뒤 지금까지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할 때, 사람들은 지인의 언니에게 결혼 잘했다고 모두 부러워했다고 하는데 현실은 고생이니. 그 지인의 동생은 학교 다닐 때 끝내주게 노는 친구였다고 한다. 결혼도 엉망진창으로 한다고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데, 두 사람의 사업이 잘돼서 지금은 모두가 그 부부를 부러워한다고 하니. 역시 돈이 권력이라며.
돈이 무조건 권력이고 행복을 보장하는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돈이 없을 때 생기는 다양한 싸움을 많이 봐와선지 누구든 결혼할 때 여건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 20대 그리고 30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리의 선택은 잘 한 것인지. ^^ 결국엔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고, 스스로 아픔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을 테니까. 잔잔하면서도 공감되는 소설. 우리네 인생을, 매일 선택하고 고민하는 모든 우리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