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가출청소년, 비행청소년을, 4가지 없는 아이 탓으로 돌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가출하는 아이들,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은 일방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으로 키운다고 해도 사춘기가 되면 한두 번쯤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호기심이라는 이유로. 다만 이때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달라질 수 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울 둘째도 치열한 사춘기를 보냈고, 그때는 아이를 보며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제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가출청소년 혹은 비행 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책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읽다 보면 찹쌀떡 100개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답답함을 느낀다. 아이를 낳아놓고 ‘나 몰라라’ 하는 부모도 짜증 나고, 아이의 비행을 돈으로만 해결하는 부모도 짜증 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이의 인생을 무시하는 부모도 짜증 난다. 그걸 거면 왜 아이를 낳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백온유 작가의 책을 만났다. 유쾌한 책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더 우울하다.
주인공 인수는 오늘도 자신의 옥탑방 곳곳에 떠도는 귀신을 본다. 한여름에도 그는 매일 춥다. 인수는 12년 전 가출해 만난 가출팸,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지내다 벌어진 사건 때문에 환각에 시달린다. 어느 날 인수는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지고 사건을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소년 이호를 만난다. 이호는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 채 위험한 거리 생활을 한다. 그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인수. 인수는 이호를 자신의 집으로 이끈다.
인수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집에서는 폭군이다. 엄마를 때리고 아들에게 따뜻하지 않다. 엄마는 아빠에게 맞으면서도 아들인 인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인수는 존재감 없고 특출난 것도 없으며, 항상 주눅 들어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에 지쳐 집을 나온 인수는 피시방에서 동갑내기 가출청소년 ‘성연’을 만난다. 성연은 카리스마 있는 행동력으로 지갑을 훔친다. 하지만 돈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 거리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그러다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온 ‘ 경우’를 만나고, 집 나온 아이들이 드나드는 반지하 방 ‘우리 집’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인수, 성연, 경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지만, 세상은 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론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기도 하는데.
군대에 간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말. ‘너는 사랑 받은 아이구나.’ 예전에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도 다른 사람을 볼 때, 저 사람도 사랑받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 그런 사람이 가진 마음의 여유.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말은 좋은 말 일까? 아니면 나쁜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아이를 키울 때 배려받은 아이로 키우려 했다. 그래야 아이가 남도 배려할 수 있을 테니까.
스물이 넘어 이제는 성인인 내 아이들. 하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어려 보인다.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지 어수룩해 보인다. 스물이 넘은 내 아이도 그렇게 보이는데 미성년 아이가 가출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세상 의지할 어른이 없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알려주지 않고, 때론 더 부추기는 어른들. 세상은 복불복이라고, 이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고 싶어 자란 건 아닐 텐데, 누군 태어나 보니 부잣집 아이고, 누군 태어나 보니 지독하게 가난하고, 누군 태어나 보니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는.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으니 아이는 억울할 수 있겠다. 가출해서 피시방이나 찜질방이 집이 되는 아이들. 화장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씻은 게 언제인지 모르는 아이들.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 아이들.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이들 역시 피해자인데,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가라고 하는데, 태어난 아이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이 세상이 답답하다.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면 역시 부모 교육이 필요한 것이겠지. 세상 참 모르겠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고. 이런 책은 우울하고 씁쓸하고 답답하다. 하지만 부모라면, 어른이라면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 세상의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서.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