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같은 책이 있다. 나왔다고 하면 일단 구매를 하지만, 언제 읽을지 모를. 하지만 결국에는 읽게 되는 책. 바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다. 이번에도 카트에 넣어 놓고 한참 있다 구매를 했고, 구매한 책들 중에서 제일 늦게 읽었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수상작들은 대부분 난해하기 때문. 그래도 왜 이 책을 구매해서 읽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때는 기대 이상의 내용이, 어떤 때는 난해함이 하늘을 찌르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읽게 된다. 이번에 수상한 작품들.. 역시나 좀 난해한 내용이 많다. 그래도 숙제같은 기분으로 읽었다.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은 집안의 돌봄 노동을 했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고모가 세상을 떠나고 이를 수습하던 목경이 카페에서 어떤 작가 자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어린 시절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제 꿈 꾸세요.’는 자살에 실패한 내가 초코바 때문에 사망한다. 이후 자신의 시체를 발견해줄 사람을 찾아가 그 사람의 꿈속으로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섯 농장’은 휴대폰 도용 사기를 당한 진화가 친구인 기진에게 자신을 도와 달라 청한다. 그녀를 따라가면서 알게 된 진실은 무엇일까? ‘젊은 근희의 행진’은 언니 문희는, 유투버가 된 동생 근희를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 앞에 가슴을 내 보이는, 그래야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는 청년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요카타’는 죽은 언니의 이름과 나이로 살아온 할머니의 이야기다. ‘자개장의 용도’는 순간 이동이 가능한 자개장을 사 대에 걸쳐 사용해온 여성들의 이야기다. ‘연필 샌드위치’는 식이장애에 시달리는 내가 연필 샌드위치를 삼켜야 하는 악몽을 통해 밥상의 위대함(?) 내지는 숭고함 뒤에 숨겨진 누군가의 희생 혹은 역겨움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현실적인 사람이자 난해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젊은 근희의 행진’이다. 세상이 변하면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달라진다고 하나, 유투버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래서 내가 세상 변화에 유연하지 못한 것인지도. 문희 역시 동생이 유투버가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러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른 근희를 바라보는 게 편하지 않다. 하지만 문희가 동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언니라고 해서 동생의 인생에 대해 참견할 수 없다. 현실적이지 못한 엄마와 동생. 자신만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나는 문희랑 비슷한 성향이라, 만약 내 동생이 근희 같다면 나도 똑같이 걱정했을 것이다. 저 인간 왜 저렇게 사는지 한심(?)해 하면서. 하지만 근희는 나름 열심히 노력한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래서 문희는 결국. 동생을 응원하는 수밖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며.
확실히 우리 때랑은 다른 청년들의 삶이다. 우리 때는 타인이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SNS로 친구가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 그게 진짜 모습인지, 연출된 모습인지는 모른 채, 타인의 삶만 부러워한다. 상대는 다 가진 것 같고 여유로워 보이는데 왜 내 삶은 이렇게 퍽퍽한지. 그러면서 스트레스받는다. 그래서 예전보다 요즈음 청년들은 힘들 것이다. 계속해서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많은 부분에서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 또한 돈이 있어야 살기 좋은 것이지. 돈이 없다면 예전보다 더 허전하고 허허로울 수밖에. 책을 읽으면 지금 내 삶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오늘 이렇게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