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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도서] 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저/권하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내가 내 이름으로 이 세상에 산다는 건 분명 축복일 것이다. 내 인생에 만족하냐 하지 않느냐는 나중 문제고. 근데 참.. 가끔은 참 웃긴다.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 내가 나인데 서류가 없다면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참 이상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결국 증명하기 위해서는 서류, 종이 한 장의 서류가 필요하니. 세상은 묘하게 아이러니하다. 이런 서류 한 장.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바로 그 종이 한 장. 그 한 장이 나에게 없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조그만 의류 업체 디자이너로 일하는 스즈쿠라 마나. 여느 때처럼 늦게까지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스토커 남성과 마주친다. 자신이 맛있는 저녁을 해주겠다며, 마나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우기는 남성 스토커에게 팔을 잡힌 순간, 한 남자가 나타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마나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 숨이 멎는 듯하다. 이 남자는 자기가 알기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다. 마나를 때리던 남편, 마나가 죽인 남편 카즈키. 그였던 것. 지난 5. 사고로 인해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말하는 카즈키. 마나는 카즈키와 부부로 동거를 시작한다. 카즈키는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정말 기억 상실이기는 한 걸까? 기억이 사라졌다고 하나, 예전과 너무 다른 남자. 마나는 이 남자와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세상엔 엄마같지 않은 엄마가 존재하는 것 같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라고 끊임없이 정서적 학대를 하고, 자신과 함께 살 남자를 찾기 위해 그곳이 위험인 줄 모르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엄마. 모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찾을 수 없는, 낳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엄마. 그런 엄마 밑에서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 이 아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었을 때,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기는 한 걸까?

 

사람들은 늘 소원한다. 보통의 삶을 살고 싶다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고. 예전엔 그 보통이, 평범한 삶이 싫었다. 남들과 똑같은 그 삶이 뭐가 좋은 건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보통의 삶이, 그 평범한 삶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남과 다르지 않은, 따뜻한 집이 있고 그곳에 누워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삶이 소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처음엔 조금은 무서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잔인한 여자가 있을 수 있구나 생각했지만, 이 슬프고 아픈 여자의 삶이 안타까워 결국엔 행복하길 바랐는데. 잘못을 따지자면 낳아 놓고 제대로 키우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고, 남자를 볼 줄 아는 혜안을 키우지 못한 여자의 잘못이고, 여자를 때리고 등쳐 먹는 남자의 잘못이고, 이들에게 무관심한 세상의 잘못이고, 제도의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계속해서 똑같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나타날 테니까.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고, 내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을 오늘을 사는 것.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행복한 일이고 고마운 일인지.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는 그 자체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그러고 보면 모든 것에 감사한 일이다. 새삼 내 존재와 너와 우리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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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아주 좋은 부모가 아니여도 많은 사랑을 주지 않는다 해도 조금만 관심 가져주는 부모면 아이한테 괜찮겠네요 자기만 생각하는 부모도 있으니...


    희선

    2023.06.25 23:59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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