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나의 얼굴을 보고 ‘여자여자’한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작고 마른 스타일이고 이목구비도 아기자기해서 그런 것 아닐까? 하지만 아들만 둘 키우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도 결코 ‘여자여자’한 스타일이 아닌 내가, 얌전히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법은 없다. 솔직히 나는 거친 편이다. 욕을 하는 건 아닌데 표현이 거칠다고 해야 할까?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고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은. 은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한 편. 그래서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에게 잘생겼다고, 예쁘다고 말한다는데 나는 아니다. 못생긴 부분은 못생겼다 말하고, 살이 찌면 살 빼라고 말한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 그건 아니라고 뼈 때리는 충고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도 옆에서 나와 아이들의 전화 대화를 듣는 지인들은 말한다. 목소리에서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고. 내가 아이들을 향해 뼈 때리는 충고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 대해 애정이 가득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약 그런 말고 상처받고 아팠다면 그런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겠지. 사실 나는 남편보다 아이들과 하는 대화가 즐겁다. 티키타카가 아이들과는 되는데 왜 남편과는 그게 쉽지 않은지.
지인의 추천으로 ‘대화의 밀도’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적인 이야기가 담기, 일기 같은 글이라 불편하다. 만약 이 책이 이런 에세이였다면, 나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대화에 대한 다양한 기술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이런 책이라니. 그래도 좋은 문장은 많아서 좋았다.
어떤 말은 생애 마지막 대화일 수 있다. (43)
좋은 대화는 잊을 수 없고, 나쁜 대화는 견딜 수 없다. (65)
한 사람의 언어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난다. (75)
때로는 내 감정을 예약해 둘 필요가 있다. 중요한 메시지일수록, 그리고 중요한 관계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것이 내 실수를 줄이고 내가 조금 더 견고한 메신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85)
관계도 기름기를 빼고 더 담백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93)
존재만으로 마음이 편하고 부재가 궁금하고 아쉬우며,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내 의식이 향하고 있는 이들. 이들이 진짜 내 사람이다. (114)
대화에 있어서 완전히 틀린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맞는 것도 없다. 다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을 뿐이다. (130)
타인과의 습관적 비교는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거의 확실한 방법이다. (139)
대화의 기술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일기장을, 좋은 글 모음 같은 책. 그래서 조금 많이 아쉬운 책.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선물하고 싶지는 않다.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아서. 좋은 문장을 필사해서 편지 형태로 주고 싶지만, 이 책을 선물하는 건 좀. 개인적인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