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있는 이 방 벽면에는 양쪽으로 책장이 있다.
마주보는 왼쪽에는 결혼전 가지고 있던 나와 남편의 책들
오른쪽에는 결혼하고 나서 사 모은 책들.
오늘 문득 예전 책들을 쭉.... 보고 있는데 이 책이 눈에 뛴다.
1993년..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을 검색해보니 나오지 않고 2009년판이 저렇게 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집 맨 앞장에는
비가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
내가 살고 있다는 만족감도 느끼고...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많이 많이 미안하다...
비오는 토요일에 친구 현.
지금은 미국에 있는 내 친구..
그 친구의 선물이었다 이 시집은...
그때... 이 시집은 엄청난 돌풍(?)을 일으킨 시집이다.
제목 "손 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이 말 한마디로 그당시 감수성 예민한 아가씨들의 마음을 크게 들뜨게 했고,
이런 류의 사랑고백을 행복하게 받았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간 날.
나는 이 시집을 들고 한동안 울었다.
고등학교 3년... 편지와 고민 그리고 아픔까지 함께했던 내가 사랑하던 친구...
지금은 연락되지 않지만 이 시집을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꽃띠 나이 20대 초반이었으니까...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은..... 좋다.
사랑이라는 단어 만으로도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