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도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소금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이 세상에 아무 쓸모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고 한다. 매일 매일 사용해서 그 중요한 것을 모를 뿐. 내 주변에도, 우리 주변에도 티 나지 않게 빛나는 것들은 많다. 오늘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빛나게 했는지... 오늘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어둡게 했는지.. 누구나 한 번은 살다가 죽는다. 도움이 되고 싶은 내가 되어야 할텐데...

 

 

 

사물들은 저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

 

 

사막은 얼마나 생각할 것이 많으면 그렇게

한 생애를 길게 잡았을까

 

소금은 얼마나 인생의 짠 맛을 보았으면 그렇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을까

 

얼음은 얼마나 고뇌에 차면 그렇게

마음을 차갑게 닫고 있을까

 

우물은 얼마나 후회가 깊으면 그렇게

마음깊이 눈물을 감추고 있을까

 

심해어는 또 얼마나 마음을 강하게 먹었으면 그렇게

심해의 압력과 어둠을 견디고 있을까

 

별은 또 얼마나 말 못할 과거가 많으면 그렇게

먼 곳까지 달아나 있을까

 

 

 

시어는 참 이상하다. 한 번 읽고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몇 번 읽고 나면 또... 많은 의미들이 떠오른다. 그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답이 아니어서, 정답이 없어서 더 좋을 때가 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내 마음대로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안부를 물었는가? 사람들 말고 내 주변, 나를 나일 수 있게 해주는 사물들에 나는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데...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곳에서 그 자리에서 너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그대로 지켜보았는지..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우리 인간은 금방 사라져갈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지켜보는 무대 장치 같은 것들. 너희들 눈에 우리는... 지나가는 바람 같은 존재일까? 문득... 사막에게, 소금에게, 얼음에게, 우물에게, 심해어에게, 별에게... 묻고 싶어진다. 잘 지내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1

댓글쓰기
  • 파란토끼13호

    책 표지를 보니 몹시 반갑네요.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군요.감사합니다.

    2012.06.12 17:1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는 이번에 처음 읽었어요.. 아주 좋았답니다. 이래서 시를 읽나봐요. ^^

      2012.06.13 12:15
  • 파워블로그 청은

    아 류시화의 시~ 저도 참 좋아하는 시인인데 ... 언제 시집을 손에 들어봐야 겠어요 ㅎㅎ

    2012.06.12 18:5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류시화 시집 좋더라구요.. 이참에... 열심히 읽었어요... 저도 간만에 시집 잡으니까 좋더라구요

      2012.06.13 12:16
  • 파워블로그 금비

    시를 읽으신 게 표날 정도로 리뷰도 감각적으로 읽혔어요..마지막 문단, 멋집니다..

    2012.06.12 20:5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헤헤... 감사합니다... 왜 시집을 읽으면 마음이... 이렇게 말랑말랑해지는지... ^^

      2012.06.13 12:17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