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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도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그것은 수평이 아니다 승강구 2단에 서서

졸고 있는 너를 평면도로 보면

아버지 실직 후 병들어 누움,

어머니 파출부 나감,

남동생 중3, 신물팔이

生計는 고단하고 고단하다

뻔하다

빈곤은 충격도 없다

그것은 네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너의 아버지의 무능 때문이다?

너의 어머니의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서이다?

네가 재능도 없고 지능이 없어서이지 악착 같고

통밥만 잘 돌려봐?

그렇다고 네가 몸매가 좋나 얼굴이 섹시하나?

TIME에 실린 전형적인 한국인처럼, 몽고인처럼

코는 납작 광대뼈 우뚝 어깨는 딱 벌어져 궁둥이

는 펑퍼져 키는 작달

, 너는 욕먹는 한국 사람으로 서서

졸고 있다

일하고 있다

그런 너의 평면도 앞에서

끝내는 나의 무안함도, 무색함도, 너에 대한 정

치 경제 사회 문화적 모독이며

나의 유사 - 형제애도, 너에 대한 정치 경제 사

회 문화적 속죄는 못 된다

그걸 나는 너무 잘 안다

그걸 나는 금방 잊는다. ~ 95 청량리 - 서울대 중에서

 

이게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은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 사는 서민들의 삶은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요즈음엔 뉴스를 보는 게 두렵다. 까도까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마냥 충격적인 사실들이 나온다. 그 사실 앞에 높은 자리에 있는 그들은 얼굴을 들고 표현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 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얼굴. 그들은 양심도 없고 창피함도 모르는 인간인 것일까? 능력 있는 부모를 두지 못한 대다수의 서민이 잘못인양 말하는 그들.. 우리가 무능하고 우리의 부모가 게을렀기 때문일까? 그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산다. 그러는 과정에서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의 부모가 게을렀을까? 능력이 없었을까? 뭐든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이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답답했다. 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왜 점점 더 세상은 사는 게 힘든지...

 

시들은 모두 지금의 우리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동안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가 가진 매력이자 시가 가진 뭉클함. 이웃님을 통해 알게 된 시집이다. 그 이웃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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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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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아핫~ 빈곤은 충격도 없다 ㅡ 바닥에 누운 자신을 늘 보기에 , 충격도 없는지 모르겠어요. 좋은시 ㅡ 끄덕 끄덕!^^

    2017.01.02 17:2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래서 빈곤이 아픈건지도 모르겠어요. 분명 살기 좋아졌다는데 왜 서민들은 힘든지 모르겠어요

      2017.01.10 12:25
  • 스타블로거 ne518


    참 오래전에 나온 시집이네요 저도 있어요 저는 시집이 나오고 더 나중에 봤군요 어떻게 알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집을 보다보니 알았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잘 알려진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때문일지, <뼈아픈 후회>도 있군요 아니 시집 제목인 시를 알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여기에 이런 시도 있었군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네요 지금은 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갈수록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차이가 많이 벌어지잖아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서로 돕고 사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2017.01.02 23:5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오래전 시인데 왜 그때랑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시를 읽으면서 생각했답니다. 왜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지 우리 주변은 왜 달라지지 않았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시라 좋았네요

      2017.01.10 12:26
  • 문학소녀

    오랜만에 보는 황지우 시인의 시... 맞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부익부 빈익빈은 변한 게 없고, 늘 그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치부되고, 약삭빠르게 줄을 잘 선 사람은 유능한 사람으로 부와 권력을 잡게 되고... 분명히 세상은 달라지는 것 같은데, 깊이 들여다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고... 참 이상하지요. 살아갈수록 왜이렇게 이상한 게 많은지... 올해는 이상한 것들, 말도 안되는 이해 안가는 일들이 다 제자리를 찾기를, 모두가 수긍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정상이나 비선이라는 말은 좀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2017.01.03 08: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쵸? 참 이상해요. 세상은 달라진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점점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 힘들고...
      줄서기를 잘하면 활짝 피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힘들고..
      하긴 줄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나마 다행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서지도 못하니까...
      그냥 좀 답답하더라구요

      2017.01.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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