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고 있는 너를 평면도로 보면
아버지 실직 후 병들어 누움,
어머니 파출부 나감,
남동생 중3, 신물팔이
生計는 고단하고 고단하다
뻔하다
빈곤은 충격도 없다
그것은 네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너의 아버지의 무능 때문이다?
너의 어머니의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서이다?
네가 재능도 없고 지능이 없어서이지 악착 같고
통밥만 잘 돌려봐?
그렇다고 네가 몸매가 좋나 얼굴이 섹시하나?
TIME誌에 실린 전형적인 한국인처럼, 몽고인처럼
코는 납작 광대뼈 우뚝 어깨는 딱 벌어져 궁둥이
는 펑퍼져 키는 작달
아, 너는 욕먹는 한국 사람으로 서서
졸고 있다
일하고 있다
그런 너의 평면도 앞에서
끝내는 나의 무안함도, 무색함도, 너에 대한 정
치 경제 사회 문화적 모독이며
나의 유사 - 형제애도, 너에 대한 정치 경제 사
회 문화적 속죄는 못 된다
그걸 나는 너무 잘 안다
그걸 나는 금방 잊는다. ~ 95 청량리 - 서울대 중에서
이게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은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 사는 서민들의 삶은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요즈음엔 뉴스를 보는 게 두렵다. 까도까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마냥 충격적인 사실들이 나온다. 그 사실 앞에 높은 자리에 있는 그들은 얼굴을 들고 표현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 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얼굴. 그들은 양심도 없고 창피함도 모르는 인간인 것일까? 능력 있는 부모를 두지 못한 대다수의 서민이 잘못인양 말하는 그들.. 우리가 무능하고 우리의 부모가 게을렀기 때문일까? 그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산다. 그러는 과정에서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의 부모가 게을렀을까? 능력이 없었을까? 뭐든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이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답답했다. 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왜 점점 더 세상은 사는 게 힘든지...
시들은 모두 지금의 우리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동안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가 가진 매력이자 시가 가진 뭉클함. 이웃님을 통해 알게 된 시집이다. 그 이웃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