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친밀한 이방인

[도서] 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맞는 것일까? 생각할 때가 있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머니. 그 죽음을 정리하면서 이런 모습이 내 부모님이 맞는가? 싶은. 그런 책을 만나면 다시 내 인생을 뒤돌아보게 된다. 생각했던 내 지인의 모습과 또 다른 사람들이 증언하는 지인의 모습.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가족이 생각하는 내 모습과 내 지인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 그리고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 세상 사람 모두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착하고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확실히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는 것 같다. 괜찮은 사람으로 나이 먹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까.

 

칠년 동안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나’가 있다. 어느 날 신문에서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소설 일부가 실려 있다. 이 광고를 읽던 중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바로 내가 데뷔하기 전에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 낙선한 뒤 잊고 지낸 것이다. 신문에 광고를 더 이상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나에게 전화가 온다. 육 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는 여자는 ‘진’이었다.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 소설을 쓴 작가 행세를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편은 거짓투성이의 사람이었다. 남편의 이름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다. 진에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 전에는 이안나였다. 그리고 육 개월 전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설가인 줄 알았던 남편은 여자였고, 진을 만나기 전부터 거짓으로 살아왔다. 이유미는 대학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만 교지 편집기자로, 피아노과 교수로, 자격증 없는 의사로 활동했다.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을 산 이유미. 소설가 나는 이유미가 살아온 인생을 추적하며, 자신이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란 예감에 사로잡히는데...

 

내가 나를, 내가 타인을 전부 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점점 그런 부분에 자신이 없어진다. 20년 넘게 제일 친한 친구로 알았던 그녀의 진짜 마음을 알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다. 그전까지는 적어도 내 친구는,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내 친구는 나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진짜 마음은 숨기고 아닌 척 곁에 있어 왔던 것이다. 이후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 당시 곁에 있던 다른 지인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사람을 오래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아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는 모양이다. 사람의 속마음이 다 보인다면 그 누구도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을 거라고. 적당한 하얀 거짓말이 그래서 필요한 거라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미를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왜 나는 그녀가 어리석게 느껴졌을까?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그로 인해 더 큰 아픔이 찾아온다. 만약 거짓말을 해명하거나, 하게 된 동기를 말할 수 있는 타이밍이 적절했다면 이유미는 편안했을까? ‘그들과 나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모른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하면서 그 자리에 함께 머물고 있었다. (250)’나를 모른다는 것. 나를 모른다는 것에 안도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글이 마음 안에 들어왔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그들도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 그 공간이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온 인생.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혹 우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인지 반성하면서...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8

댓글쓰기
  • 문학소녀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에 안도한다는 것... 서로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 무섭기도 하지만 실은 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나의 부족한 부분,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남이 알기를 바라지 않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지요. 그렇기에 안그런척, 모르는 척 하고 다들 사는 것, 아닐까요? 어차피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 소설 속의 여자처럼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산다는 것은 좀 무섭네요. 많이 심하기도 하구요.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충격이 너무 클 것 같아요. ㅠㅠ

    2017.11.01 17:1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사실 나에 대해 모른다는 것.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을 안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잇구요. 우린 모두 그런 척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산다는 것은 무서울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내곁에 있다면 소름끼칠 것 같구요.

      2017.11.02 16:32
  • 스타블로거 ne518


    이유미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싶네요 그런 것을 ‘나’가 알아낼지... 그렇게 사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어디에서 삶이 그렇게 흘러가게 됐을까 싶습니다 남을 속이고 살아도 자기 마음이 편하지 않기도 할 거예요 여자였다 남자가 되다니, 그건 더 놀라운 일이네요 다른 사람은 그걸 믿은 거잖아요 정말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거네요 현실에도 그런 사람 있을까요 그렇게 남을 속이다니 하는 마음보다 그렇게 살게 돼서 안됐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르게 행동한다 해도 아주 다르지는 않을 거예요 다른 면도 다 그 사람이기도 합니다 가까워서 잘 모르거나 멀어서 잘 모르는 게 있을 거예요 거짓말 하는 건 힘듭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는 게 마음 편하죠


    희선

    2017.11.01 23:5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래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건 아닐테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유미라는 사람의 인생도 안타깝더라구요. 비록 소설이지만.

      남에게 보이는 삶. 그런 삶이 과연 좋은 삶인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젊은 시절엔 그게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냥 내 앞의 삶에 충실하고 싶어졌어요

      2017.11.02 16:34
  • 파워블로그 블루

    음... 이 소설 읽을 예정이라.
    정한아 작가의 작품이기에 더 기대하고 있어서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름이 진짜 이름인지...

    2017.11.07 17:2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이 책.. 다 읽고나면 좀 슬프더라구요.
      저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삶에 이런 이방인들이 분명 있겠다 싶어요. ^^

      2017.11.08 13:38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