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알프스 융프라우나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굳이 아니어도 인근 숲속이나 공원을 걷는 것만 상상해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건강해 진다. 또한 심장이 터지도록 허파가 헐떡이게 걷는 것은 자연히 오래된 나와 대면하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추억들이 삶의 동반자로 따라 다닌다. 초등학생 때는 2km 떨어진 학교를 걸어 다녔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서울에 와서도 차비를 아껴 책을 사기 위해서 2-3km 걷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때의 책들은 아주 소중한 추억을 담고 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를 배운 후에는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라는 시구가 얼마나 좋았던지, 대학 1년 때에 신촌Y대에서 관악산 S대까지 걷는 등 전 국토 방방곡곡을 걷고 걸어서 밟아보고 싶어서 무전여행하면서 ‘한 끼 줍쇼’도 여러 번 해봤다. 요즘은 과거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서 걷는다. 젊은 날의 숲속을 걷는다. 어렸을 때 불리한 건강 환경에서 터득한 걷기의 지혜는 평생을 살아가는 원초적 건강 약자를 탈출하고 누구보다도 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왜 걸어야 하는가’는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에서 시작하고 싶다.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 즉 걷기)가 낫다. (p70)
늦둥이 현직 판사가 30년 동안 ‘걷기’와 ‘음식’을 통한 자기주도형 관리로 자연치유력을 향상이라는 모태 약골 탈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당연 걷기가 기본이다. ‘걸으면 어떤 원리를 통해 心身의 어누 부분이 어떻게 좋아지는가’를 구체적, 체계적, 종합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있다. 가난 속에서 병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살면서 중학교 졸업 후에 검정고시로 대학교를 마치고 사법시험 합격과정에서 얻은 그의 ‘걷기’ 비법은 간절하게 다가온다. 특히 유경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글 쓰는 양식에서도 표절과 창작을 구별해 주는 563개의 ‘각주’를 해당 지면에 아주 꼼꼼하게 달아서 법학전공자의 냄새를 물씬 풍기게 한다. 층층시하(層層侍下)의 목차도 그렇다.
건강은 아침이슬 같다. 아침이슬은 아침마다 오기에 아주 흔하고 쉬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언제 있었냐는 듯이 금세 사라지고 만다. 젊었을 때나 현재의 건강은 아주 쉽고 계속될 것처럼 생각된다. 그런데 상실의 순간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건강이 깨지면 모든 게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한 번 무너진 것은 다시 회복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성장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노화의 시작(p257)으로 변신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주 명약하게 다가온다.
걷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건강 지키기 수단 중의 하나이다. 걷기는 도구나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는 all around운동이다. 동시에 가장 걱정스러운 운동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어쩔 수 없이 자기의 내면과 대면하며 자기와의 싸움, 고독을 동반하는데 그리 재밌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거기까진 요구하지 않고 동료들이나 친우들끼리 같이 이야기하면서 걷는 것도 권장하기 때문에, 식사 후 일상생활 속의 공간을 20~30분 동안에 kill time하면서 육체와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운동이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집 안 혹은 사무실에서 제자리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p241).
전신운동인 걷기의 효과는 혈류, 심장, 폐, 위, 근육을 넘어서 피부, 두뇌 등 이루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스트레스, 창의력이나 학습능력에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치매 예방 수단의 하나로 고스톱(p84)이 예시되는데, 연구결과 두뇌의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치매예방 수단으로는 걷기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걷기의 효용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기에, 당연히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이처럼 유익한 운동이지만 다만 실천하지 못하는 게 태반일 것이다. 그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마음이 강하지 못해서 그러는 까닭이 더 많을 것이다.

옛말에 ‘아침에 내린 이슬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같은 것이라도 사용방법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걷기와 음식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방법은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도 요령이 있다. 자기의 체력을 과신하거나 옳지 않은 방법으로 걸으면 오히려 척추나 무릎 관절, 심장에 악영향을 주고 무지외반증이나 족저근막염 등의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과식은 비만의 원인이 되고 성인병과 절로 친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걷기에도 평소나 당일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걷는 것도 과식처럼 해롭다.
걷기와 음식으로 건강 지키기는 철학의 실천이다. 자기절제라는 수양이 필요하다. 수양은 과유불급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걷는 동안에는 명상이나 사색, 자아성찰이 가능하다. 근심, 걱정,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가 있다. 걷기는 좋은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와도 계속된다. 맑은 날엔 햇볕으로 온기의 영양분을 쬐고 흐린 날에는 변화의 상쾌함을 즐기고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에 감흥을 느낀다. 육류, 당분, 소금, 쌀, 김치, 마늘, 물은 맛보다는 건강에 초점을 맞춘다. 찬 음식은 되도록 피하되 자신의 체질에 맞춘다. 자신의 자연치유력의 유지가 최선의 것이며 건강보조식품, 약과 병원은 되도록 멀리한다. 자신과 자연과 음식이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고 해서 일의 능률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플의 잡스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회의에서도 걸으면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의 좋은 습관으로 항상 몸과 마음이 최상을 유지해야 아이디어도 샘솟고 일의 성과에도 스키드 마크가 생긴다. 걷기가 걱정스러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처음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발걸음이 가볍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건강한 뇌와 아름다운 피부로 젊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걷기를 권장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