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대화론은 인간관계론보다는 약간 덜 유명한 작품이다. 덜 유명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이번에 새로 출간하면서 이 책 이름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정도 학식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나처럼 불과 1~2년 전까지만해도 책과 동떨어져서 게임과 만화에만 빠져살던 사람의 경우엔 그렇다는 소리다.
성공대화론이 처음 나온 시기는 1926년으로 인간관계론보다 10년 앞섰다. 사실 대학 졸업후에도 큰 성공을 하지 못하고 야간학교 교사로 변변찮게 끼니를 해결하던 데일 카네기를 전세계적인 명강사의 반열에 올려준 것이 바로 성공대화론 내용을 기초로한 강의였다.
데일 카네기는 대학 시절, 무리에서 영향력을 가진 학생들은 대중 연설을 잘 하거나 운동에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운동은 잘 못했기 때문에 노려볼만 했던게 연설이었고, 피나는 노력과 집념으로 연설 실력을 갈고닦아 온갖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연설 전문가가 되었다. 그렇기에 야간 학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강의 주제를 연설로 잡은 것이다.
뉴욕에서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공부하러 오던 YMCA에서 열린 이 대중연설 강의는, 얼마나 유용하고 효과가 놀라웠던지 소문이 널리널리 퍼져 미국을 넘어 유럽의 중심부에서도 열리는월드 클래스 강의가 되었다. 이런 훌륭한 강의의 핵심 커리큘럼을 담아 정리한 책이 바로 성공대화론이다.
여기까지 말한 데일카네기의 과거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나온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의 과거 이야기를 읽은 것 만으로도 솔직히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수 십 년 후에도 후손들이 존경하는 자기계발서의 시초같은 사람이 알고보니 처음에는 차비도 없고 밥 값 해결하기도 힘든 가난한 소시민이 었다니...! 자신의 초라한 현실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많은 현대인들의 행복회로를 돌려주기 딱 적합한 내용 아닌가!
그렇게 엄청난 성공을 한 비결이라면 다들 알고싶을 것이다. 유튜브 썸네일에서 흔히 보이는 ”가난뱅이였던 OO을 부자로 만들어준 충격적인 방법 OO…!“ 이런거 보지 않아도 사실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책에 정리한 수 많은 내용을 일상생활에서 연습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고 꾸준한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알고있는 영광스런 그 위치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 자체는 ‘연설’이지만 뒤로 갈 수록 인간 본성에 관한 내용이나 타인의 관심을 사로잡고 그들에게 호감을 얻는 법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국 연설도 타인을 기분 좋게 해주고, 나를 좋아하게 하고, 그래서 내 말에 동의하게 하여 나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내가 원하는 말만 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을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설득당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온전히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끝없는 연습, 독서를 통한 표현력 확장, 말할 때의 발성까지 고려하는 섬세한 분석이다.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특히 데일 카네기의 다른 책 <자기관리론>에서도 나오는 노력을 하라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류의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걸 누가 몰라, 당연한 소리하네!’하면서 화를 낸다. 그런데 그 당연해 보이는 한마디를 각각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한마디가 아니라 수 십마디의 세분화 된 행동으로 쪼갤 수 있다. 그렇게 세세한 계획이 나오는 순간 그건 당연한 말이 아닌 칭찬받아야 할 노력이다. 직접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그리고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줄 고마운 조언들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동시에 연설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수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을 하든,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책의 뒷 부분으로 갈수록 좀 더 실용적이고 바로 적용해볼만한 팁들이 나오는데 온라인 콘텐츠로 유명세를 얻는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추상적인 어휘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할 것,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움을 가미할 것 등. 마케팅 분야에서 유명한 ’스틱‘이라는 책에서 말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했다. 그래서 굳이 연설이라는 주제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유튜뷰 영상이나 SNS의 이미지, 카드뉴스 기반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책이 쓰인 시기가 20세기 초인 만큼 바람직한 예시로 나온 인물들(링컨, 키플링, 디즈레일리, 글래드스턴 등…)이 어떤 책을 많이 읽었는지도 나온다. 따라서, 관심 있다면 19~20세기 위인들의 애독서를 따라서 탐독할 수 있다.
현대지성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길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